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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르헨티나 전 대통령 ’아기 납치’로 50년형 선고
[헤럴드경제=김인혜 인턴기자]아르헨티나의 전 대통령 호르헤 비델라(86)가 재임시절 ’조직적 아기납치’라는 반인륜적 범죄행위를 저질러 아르헨티나 국민들이 큰 충격에 빠졌다.

5일(현지시간) 알자지라에 따르면 법원은 비델라 전 대통령이 재임시절(1976~1981년) 구금되거나 죽임을 당한 좌파 운동가들로부터 수백명의 아기들을 납치, 강제로 입양한 책임을 물어 징역 50년을 선고했다. 비델라 측 변호인은 "비델라 전 대통령이 나이가 많으니 가택연금을 허용해달라" 고 청원했으나 기각됐다.

지난달 26일 비델라 전 대통령은 법정에서 “아이들의 엄마들은 ‘열혈 테러리스트’였다”면서 “그들은 아이를 인간방패로 이용했다”는 주장으로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했다. 비델라의 이 같은 주장에 군부독재 시절 실종ㆍ살해된 희생자들의 유가족이 모여 만든 아르헨티나 인권단체 ’마요 광장의 할머니들’은 “비델라가 아이를 훔치려 음모를 꾸몄다는 증거를 가지고 있다”고 반박하며 “약 500명에 달하는 아이들이 유괴됐고 비델라 정권과 긴밀한 군부 세력에게 강제 입양되어 자라났다”고 비델라의 반인륜적 행위를 강조했다.

<사진=알자지라 인터넷판 캡처>

아르헨티나 독재정권의 아기납치는 비단 라틴 아메리카에 국한된 문제만은 아니다. 이 지역에서 좌파세력의 정권 장악을 두려워해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키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미국은 “아기 납치의 조직적 이행”에 대해 알고 있음에도 묵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미국 인권 문제 전담 부서 전 차관보 엘리엇 아브람스는 워싱턴에서 이와 관련 “당시 미국을 포함한 비델라 정권의 정치적 협력자들이 ‘아기납치의 조직적 이행’에 대해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비델라는 1976년 3월24일 군사 쿠데타로 이사벨 페론 대통령 정부(1974-1976년)를 무너뜨리고 권력을 장악해 1981년까지 집권했다. 아르헨티나의 인권단체들은 ‘더러운 전쟁(Guerra Sucia)’으로 불리는 군정 기간동안 3만여 명이 납치·고문·살해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중 대부분은 600여 곳의 비밀수용소에서 처형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학생·기자·페론주의나 사회주의를 추종하는 게릴라ㆍ동조자가 주피해자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알폰신 전 대통령 정부 출범으로 군정 인사들에 대한 처벌이 진행되는 듯 했지만 군부의 반발을 우려, 카를로스 메넴 전 대통령(1989~1999년 집권)이 1989년 사면법을 제정하며 처벌이 중단됐다. 이후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현 대통령의 남편인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2003-2007년 집권)이 군사 독재자들에 대한 사면법을 전격 취소한 2006년부터 처벌이 본격 진행되고 있다.

lmk0029@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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