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윤현종기자] 이란 핵 프로그램을 두고 최근 국제사회가 대(對)이란 경제제재를 결정한 가운데, 미국 유명 정치학자가 이란의 핵무장이 오히려 아랍지역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국제정치학계의 세계적 석학 케네스 월츠 미국 콜럼비아대 교수는 미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즈 7월∼8월 최신호에 기고를 싣고 “이란의 핵무장은 (이란이)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결과다. 이는 서방의 우려와 달리 아랍세계가 안정을 되찾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기존 아랍지역에서 유일하게 이스라엘이 보유하고 있는 핵전력을 이란도 갖추게 돼 이 지역에서 이른바 ‘힘의 균형(Balance of Power)’을 맞춰 안정적 안보환경이 조성된다는 것이다.
월츠 교수가 전망한 이란 핵 문제의 해결 방법은 첫째, 경제제재와 외교협상을 병행하는 것. 둘째, 이란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핵무기를 생산토록 하는 것. 셋째, 이란이 현 상태를 지속하면서 공개적으로 핵실험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 등이다. 월츠 교수는 이 중 두 번 째 또는 세 번 째 방안이 문제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이란의 핵무장이 아랍지역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보는 주된 근거는 이스라엘의 핵전력이다. 월츠교수는 “이스라엘은 아랍지역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수십 년 간 핵무기를 갖고 있었던 나라”라며 이스라엘의 상황을 수 차례 언급했다. 이스라엘이 지난 40여 년 간 아랍에서 독점적으로 핵전력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은 이 지역의 구조적인 군사력 불균형을 조장해왔다고 월츠 교수는 분석했다. 이스라엘의 핵무장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실제로 2004년 3월 공개된 미국 의회조사보고서(CSR)는 “이스라엘이 보유한 예리코 3호 대륙간 탄도탄(ICBM)은 1만1500 km 사거리에 1000 kg 짜리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다”고 명기했다. 2008년 지미 카터 전 미 대통령이 “이스라엘은 최소 150 기의 핵미사일을 보유중”이라고 언급한 것도 이스라엘의 핵무장 사실을 뒷받침한다. 즉 이스라엘은 최소 10년 전 부터 이란을 사정권에 두는 핵전력을 보유하고 있었던 셈이다.
아울러 월츠 교수는 이란의 의 핵 위협은 과장된 것이라고 봤다. 그는 “이란의 현 정권은 이성을 잃지 않았다”며 “물론 이란의 외교적 수사는 과격하지만 실제로 취해온 행동을 보면 지극히 합리적이며 자기파괴적 행태와는 거리가 멀다”고 주장했다. 월츠 교수는 최근 유럽연합(EU)의 제재 발효에 이란이 미사일 시험발사로 맞대응한 것 또한 “주권을 수호를 하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해석했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려는 이란 의회의 움직임에 관해서도 “실제로 (호르무즈 해협이) 완전봉쇄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따라서 월츠 교수는 이란의 핵무장 용도는 “공격용이 아닌 이란의 자체방어용”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어 그는 “오히려 지금에서야 이란이 이스라엘의 군사적 독주를 막아 줄 ‘균형자’로 등장했다는 사실이 더 놀랍다”며 “현 상황은 이란 핵 위기의 초기단계라기 보다는 수십 년 간 이스라엘이 조장한 아랍지역의 핵전쟁 위기가 끝나가는 단계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현 상황에서 경제제재는 아무 도움도 안된다 보통 이란사람들을 힘들게 할 뿐”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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