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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통령 점지해주는 ‘명당 빌딩’ 있다?
잠룡들, 12월 대선 앞두고 대선캠프 본격 가동…여의도 빌딩숲 대하빌딩 등 ‘터잡기’ 경쟁
대권을 거머쥐기 위한 길은 길고도 험난하다. 여의도에서 대권으로 가기 위한 첫 관문은 핵심 참모조직이면서 야전사령부 격인 ‘캠프’를 차리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대권은 천운을 타고 잡아야 하는 거사(巨事)인 만큼 소위 ‘대통령 운’이 깃든 터전을 잡기 위한 쟁탈전도 치열하다.

▶명당을 잡아라= 캠프에도 명당이 있다. 대통령을 낳은 상징적 터전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이왕이면 서여의도 빌딩 숲 일대 중앙부에 위치하면 좋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모퉁이를 피하려는 것은 권력의 중심에 우뚝 서겠다는 속내가 담겨 있다.

지난 2일 정식으로 문을 연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선거캠프는 1997년 정권교체에 성공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캠프가 차려졌던 대하빌딩에 안착했다. 흰 외벽의 대하빌딩은 탁 트인 입구와 환한 로비가 특징이다. 새누리당 당사 바로 앞에 위치해 접근성도 좋다. 박근혜 캠프는 이 건물 2층에 둥지를 틀었고, 7층에는 박 전 위원장 최대 외곽조직인 국민희망포럼이 자리해 시너지 효과를 노렸다.

바로 위층(8층)에는 야권 대선 주자 김두관 경남도지사의 외곽조직 생활정치포럼이 있다. 여야 후보가 위ㆍ아래층 이웃으로 경쟁하는, 재미있는 상황이 연출됐다.

대하빌딩은 명당으로 유명한 건물이다. 유명 역술인이 “제왕지기(帝王地氣)가 서린 곳”이라고 평가해 눈길을 끌었던 곳. 2007년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외곽 지원그룹도 이 건물에 입주해 대선을 치렀고, 과거 민주노동당도 이 건물에 둥지를 틀고 첫 원내 진입에 성공했다. 풍수지리까지 감안했을까. 박근혜 캠프 관계자는 “일단 자리가 빈 곳을 재빨리 찾아 ‘찜’한 것”이라고 가볍게 말했다. 


▶朴 캠프 ‘카페’, 非朴 캠프 ‘전장’= 캠프 분위기도 대선 주자별로 각양각색이다. 박근혜 캠프는 젊은 층을 겨냥, 발랄한 ‘카페’ 분위기다. 의자는 새누리당의 상징색인 빨간색을 골랐고, 빨간 카펫이 브리핑룸 중앙에 깔려 있다.

비박 주자들의 캠프는 비장한 각오가 묻어난다. 김문수 경기지사의 선거캠프는 ‘전장의 비장함’ 그 자체다. “계란으로 바위를 깨는 사람”이란 글귀와 계란이 날아가 바위를 두 동강 내는 그림이 있다. 사무실 안쪽에는 “2012 최후승리”라는 문구로 패기를 불어넣었다. 위치도 박근혜 캠프와 대각선 방향에 둥지를 틀었다.

김 지사가 입주한 서여의도의 랜드마크인 렉싱턴호텔 앞 남중빌딩에는 정몽준 전 새누리당 대표도 나란히 터를 잡았다. 5월 4일 정 전 대표가 9층(80평)에 입주하고, 열흘 뒤 4층(140평)에 김 지사가 캠프를 차렸다. 남중빌딩도 2010년 6ㆍ2 지방선거 때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선거캠프를 차려 시장에 당선된 건물이다.

또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의 캠프는 입지부터 ‘도발적’이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에 들어가야 한다’는 평소 지론대로 새누리당 당사가 입주해 있는 한양빌딩 9층(50평)에 캠프를 차렸다. 건물 외벽을 절반쯤 뒤덮은 얼굴 사진은 ‘사건’이었다. 친박계 내에선 “저렇게 큰 사진은 좀 그렇지 않느냐”며 황당한 심경을 감추지 않았다. 혼란도 적지 않다. 당사나 캠프 쪽에 “임태희가 당 대권 후보가 됐느냐”는 문의가 쏟아지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야권 캠프는 각양각색= 손학규 상임고문 캠프는 ‘매머드급’이다. 신동해빌딩 11층 전체를 빌려 선거캠프를 차렸다. 200평 규모로 자리 잡아 전략 기획과 메시지, 공보, 조직 등 주인원도 40여명에 이른다. 또한 캠프 멤버도 2007년 대선 경선 때 인연이 대부분 이어지면서 눈빛만 봐도 손발이 척척 맞는다는 평가다.

문재인 상임고문의 경선캠프는 아직 ‘준비 중’이다. 오는 5일 나 홀로 동여의도에 있는 동화빌딩에 350평의 대형 규모로 입주할 예정. 문 고문 측은 “캠프에는 50평의 카페가 만들어진다”며 “시민과 자원봉사자들이 자유롭게 어울릴 수 있는 개방된 공간”이라고 말했다.

정세균 상임고문은 ‘투트랙 캠프’를 차렸다. 기계회관 6층 80평에 지휘부가 메인 캠프가 들어서고 금영빌딩 7층(60평)에 싱크탱크 ‘국민시대’ 사무실도 열고 있다. 기계회관엔 후보실과 홍보ㆍ기획ㆍ전략본부가, 금영빌딩엔 조직본부가 있다. 김진표 의원이 좌장 역할을 하면서 전병헌 의원이 실무를 총괄하고 최재성 의원은 전략ㆍ홍보기획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원욱 의원은 비서실장 역할을 수행한다.


김두관 경남지사의 경우 아직 공식 캠프 없이 산정빌딩 10층에 50여평 규모로 자리 잡은 자치분권연구소가 실질적 캠프 역할을 맡아왔는데, 이곳의 상주인원은 20여명. 특히 이곳은 오는 8일 김 지사가 땅끝마을에서 출마를 선언하면 그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대선캠프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출마를 밝히지 않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사무실이랄 게 따로 없다. 언론 담당인 유민영 한림대 겸임교수도 커피숍 등을 전전하며 정치부 기자들과 만난다. 안 원장이 별도의 사무실을 내는 것 자체가 대선 출마의 신호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조민선ㆍ양대근 기자/bonjod@heraldcorp.com

사진=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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