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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이버전쟁> “업무가 다르다, 거부해라” 접속자 업무도 사전등록
[헤럴드경제=조동석 기자] 1995년 금융기관 간 자금거래와 국공채 매매대금, 외환거래 등 거액결제 규모는 하루 평균 18조9000억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올 6월 이 결제는 303조3000억원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1994년 첫 가동된 한은금융망(BOK-Wire). 이 망은 2009년 빠르고 편리하게 한차례 업그레이드되면서 신(新)한은금융망(BOK-Wire+)으로 재탄생했다.

신한은금융망이 사이버테러를 당한다면 어떻게 될까. 돈거래, ‘경제의 혈맥’이 막히면서 상상할 수 조차 없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BOK-Wire+ 보안의 최전선에 있는 한국은행 전산정보국 이광돈(사진) 결제시스템팀장을 최근 서울 역삼동 한은 강남본부에 만났다.

이 팀장은 “현금만 이용하면 신한은금융망은 필요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금융기관들이 중앙은행의 예금을 이용해 최종적으로 결제하는데다, 중앙은행이 대출이나 국공채 매매 등을 통해 통화신용정책을 펼치는 만큼 ‘BOK-Wire+’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앙은행 정책의 효율성이 결제시스템의 안전에 달렸다는 의미다.

때문에 신한은금융망의 사이버 보안은 절대적이다. 그는 “한은 담당자가 금융망을 감시하는데, 거부되는 거래가 많으면 ‘이상 징후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해킹 조짐이 보인다는 설명이다.

이 팀장은 미리 설정한 금융기관 담당자의 아이디와 단말기 번호, IP(숫자로 된 인터넷 주소), 접속 때마다 달라지는 비밀번호가 첫번째 안전판이라고 했다. 접속자 업무도 사전에 등록해 놓은 만큼, 다른 업무를 할 경우 금융망은 접속을 거부한다.

이런 과정을 거친 정보들은 여러차례 암호화와 해독 과정을 거치면서 BOK-Wire+ 서버에 접근하게 되며, 주전산기에 최종 접속하게 된다. 중간에 방화벽은 물론 침입 방지ㆍ차단 시스템망도 지속적으로 가동된다.

그는 “인터넷망은 공용망이지만, 신한은금융망은 전용망을 쓰기 때문에 외부 해킹에서 안전하다”고 자신한다. 이 팀장은 실제로 지난 달 대규모 정전에 대비한 훈련에서도 BOK-Wire+의 안전성이 입증됐다고 했다.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을 가정한 훈련에서 UPS(무정전전원공급장치)가 정상적으로 가동됐다”면서 “UPS는 30분~1시간 정도 유지되는데, 그래도 전원이 복구되지 않으면 비상발전기가 하루 정도 버티고 이후 백업센터가 주전산센터를 대신한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범죄나 사이버테러, 시스템 장애, 자연재해 등 재해 유형을 4가지로 분류하고 대비책을 마련해 놓고 있다. 강남 주전산센터의 마비에 대비해 2시간 안에 백업센터가 가동되도록 해놨다. 내년 3월에는 140여개 금융기관과 한은의 17개 관련부서가 참여하는 대규모 재해훈련도 예정돼 있다.

우리 통화정책이 제대로 시장에 먹히느냐는 신한은금융망의 안전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팀장은 “거액결제시스템은 각 금융기관이 중앙은행의 당좌예금을 이전하는 것으로,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 등 통화정책이 1차적으로 전달되는 경로”라고 강조한다.

또 “중앙은행이 RP(환매조건부채권) 거래를 통한 단기 유동성 조절정책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은행 간 지급준비금 결제가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 이처럼 신한은금융망의 안전은 우리 통화정책의 효율성과 직결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dsch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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