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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형마트 ‘가격 유턴’ 왜?…임계점 다다른 대형마트-정부 인위적 가격 억제 한계 노출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대형마트 발(發) ‘생활필수품 가격 유턴’은 정부의 물가안정 정책 뿐만 아니라 서민 가계에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점에서 충격파가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마트는 그동안 이익 축소 등 자체 출혈을 감수하면서도 정부의 경제 운용 최우선 순위 가운데 하나인 물가잡기에 앞장 서 온 게 사실.

정부의 전기료 등 공공요금 인상 억제로 시작해 장바구니 물가까지 잡겠다는 의도는 다분히 인위적인 측면이 강했다. 이는 역으로 임계점에 다다랐을 경우, 언제든 고삐가 풀릴 수 있다는 점을 내포하고 있었다.

결국 대형마트와 생필품 생산업체들은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 자체 판단에 따라 생필품 가격을 인상키로 한 것이다.

▶“더는 버티기 힘들다”…생필품 가격 줄인상=롯데마트는 지난 3개월 동안 최고 50% 할인 판매했던 생필품 50종의 가격을 이달부터 지난 3월 행사 전 수준으로 돌려놓기로 했다. 50% 할인 판매했던 ‘애경 샤워메이트’는 4350원에서 8700원으로, 35% 할인 판매했던 ‘롯데 베이컨 기획 세트’는 5200원에서 8000원으로 바뀐다.

롯데마트는 지난 3월 라면, 휴지 등 생필품 50종을 정해 가격을 최고 반값까지 내린 후, 할인 가격을 지난달까지 유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할인가를 3개월 동안 유지해왔으나 할인 기간이 끝나면서 가격을 행사 전 수준으로 복귀시킨 것이다.

이마트는 이달 안으로 ‘칠성사이다’와 ‘남양 드빈치 치즈’ 등 2종의 가격을 조정할 계획이다. 가격 조정 시기와 조정 폭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달 내에 결정될 예정이다.

이마트는 지난 2월 말 생필품 가격 인하 방침을 정하면서 ‘칠성사이다’, ‘풀무원 바사삭 군만두’ 등 16개 가공식품은 향후 3개월간 가격을 동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가격 인상 요인이 있더라도 3개월 동안은 지난 2월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3개월간의 가격 동결 이후 이마트는 16개 식품 중 14개 품목은 가격을 인상하지 않고, 당분간 현 가격을 이어가기로 했다. ‘드빈치 치즈’ 등 2종만 가격 조정 방침이 정해졌다.

이마트가 생필품 가격 인하에 앞서 시도했던 한우 1등급 등심도 이달부터 100g당 1000원씩 가격이 더 부과된다.

대형마트 발(發) 물가안정책이 3개월만에 자취를 감추는 것에 대해 유통업체 관계자들은 “더 이상은 가격 인상 요구를 버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입을 모았다. 그 동안 제조사와 협력해 기획상품을 내거나, 자체 마진을 줄여 할인가를 유지했는데 갈수록 부담이 커져 더 이상은 이를 이어가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마트 양재점의 한 관계자는 “도매시장에서 파는 가격보다도 싼 값에 1등급 한우를 지난 4개월간 판매했는데, 이런 수준으로 파는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며 “애초 소비자와 약속한 기간 동안 가격을 유지한 점을 알아달라”고 말했다.

▶PB상품 확대한다지만…소비자 우려 증폭=롯데마트 측은 “생필품 가격 할인 행사는 기간을 정해놓고 했지만, ‘손큰’이나 ‘통큰’ 등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장기적으로 소비자들의 가계 부담을 줄일 것”이라고 전했다. 롯데마트는 ‘손큰’, ‘통큰’ 등 PB 상품을 올해 100여개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원재료값 인상 등으로 가격 부담을 안고 있으면서도 여론의 눈치 때문에 쉽사리 가격 인상안을 내놓지 못한 제조업체들도 비슷한 고충을 토로했다. 한 식품 업계의 한 관계자는 “원재료 가격이 국제시장에서 급등했는데도 우리는 가격을 올리지 못했다”며 “올 초부터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고 더는 버틸 수 없어 이번 주 중 가격 변동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통업체서는 “가격 인상이 아니라, 그간 해왔던 할인 행사가 끝난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앞으로 같은 상품을 더 높은 가격에 사야 하는 소비자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주부 이모(31ㆍ여)씨는 “여름이 되면 휴가 등으로 인해 돈 나갈 일이 많아지는데, 생필품 가격 변동이 있다니 부담이다”라며 “미리 물건을 사놔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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