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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점점 맛있어지는 ‘신사의 품격’
[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로맨틱 코미디 SBS ‘신사의 품격’이 초반에는 별로 힘을 쓰지 못했다. 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캐릭터가 매력을 드러내며 시청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드라마가 점점 맛있어지고 있다.

이 드라마를 시청자에게 각인시키는 데 무려 8~10회가 걸린 건 확실한 판타지 멜로물도 아니고, 그렇다고 현실적인 드라마도 아닌데다 캐릭터가 전형적이지 않고 다소 애매하다는 점 때문이다.

고교 동창 4명이 41살이 되도록 거의 매일 만나 ‘애’처럼 사는 모습은 시청자에게 대리만족을 줄 만하다. 게다가 4명 모두 우리 사회에서 충분히 성공한 자유직 남자이며, 직장인의 ‘로망’이다. 하지만 이들 4인방도 속물적이고 소년같은 구석이 있다. 당구 게임비 하나에 목숨을 거는 찌질함도 보인다. 커피숍에서 소녀시대 수영을 보고는 4명 중 가장 철이 많이 든 것으로 보여지는 변호사 최윤(김민종)이 달려가 춤을 추며 재롱을 떤다. 


건축가 김도진(장동건)은 섹시한 남성미에 까칠하며 비꼬는 말투를 자주 사용하지만 친구들과는 장난기를 발동시키는 면모도 지니고 있다. 짝사랑하는 여자 서이수(김하늘) 앞에서는 너스레와 능청을 떨다가도 질투심을 보이기도 하고 진지하게 사랑을 고백할 줄도 안다.

명랑하지만 단호한 성격을 가진 고교 윤리교사로 나오는 김하늘은 ‘짝사랑 중단’을 선언해버린 장동건의 가슴 속 깊은 진심을 자신도 모르게 알아차리면서 폭풍 오열 연기를 펼쳐 시청자의 눈시울을 자극했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기까지 무려 10회가 걸렸다. 이제 본격적인 러브라인이 펼쳐질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서이수도 김도진처럼 캐릭터가 전형적이지 않다.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들다. 평소에는 밝은 성격이며 순수하고 순진한 면도 있고, 고교 윤리교사로서 학생을 바른 길로 이끌어야 한다는 사명감을 지닌 여자. 태산(김수로)의 애인이자 이수의 친구인 프로골퍼 홍세라(윤세아)에 비해 훨씬 덜 구체적이다.

하지만 김하늘은 꽃신사 4인방의 캐릭터가 확실하게 부각되지 못하던 초반 공헌도가 매우 높았다. 뭘 해도 괜찮았다. 모자이크로 처리됐지만 김도진 앞에서 속옷을 입는 롱테이크는 무한 상상을 자극했다. ‘로코퀸’답게 엉뚱하면서도 명랑쾌활했던 이미지 외에도 통곡에 가까운 오열도 썩 잘 어울렸다. 코믹, 멜로, 눈물까지 못하는 연기가 없으며 이제는 ‘노출’ 연기(?)까지 도전한 셈이다.

아름답고 우아한 여배우 김하늘은 사랑을 통해 40줄에도 여전히 아이처럼 노는 장동건을 어른으로 변화시킬 전망이다. 여기서 어른은 ‘신사’를 말한다.

김민종과 장동건은 다음과 같은 대사를 나눈다.

“우리도 머잖아 중년이 될 거야” “벌써 아저씨가 됐잖아” “그래, 겁이 많아졌고, 자기변명만 늘고, 안되는 이유 100개 만들어서 합리화하고, 그걸 어른스러운 거라고 착각하고.”

아직 젠틀맨이 되지 못한 시시한 남자 김도진에게 이런 사실을 깨닫게 해 ‘신사’의 위치에 한걸음 더 다가가게 하는데 서이수 선생의 역할이 적지 않을 것 같다. 이는 앞으로 11회에서 20부까지의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겠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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