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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남중국湖’ 공정 베일벗다
45년 난사군도 4개 도서 중국령 선언…68년 ‘세계 4대 유전’ 보고서에 中 탐욕은 시작됐다
74년 시사군도 점령 실효 지배
60년치 석유·교통로 안정적 확보
‘남중국湖’ 계획 1단계 마무리

난사·시사·중사 군도 통합 관리
싼사시세우고 주권다지기 돌입
관광·어업보장 2단계 계획 진행


#2012년 5월 7일(이하 현지시간) 중국 신화통신은 남중국해 분지 전체에 석유는 최대 300억t, 천연가스가 약 16조㎥ 매장돼 있다고 보도했다. 이틀 뒤, 중국은 최초로 독자기술을 이용, 남중국해 심해 1500m에서 단독으로 석유를 뽑기 시작했다.

#중국의 10대 원유수입국 중 8개국(2010년 기준)의 원유가 해상 수송을 통해 중국으로 수입된다. 이 가운데 중국에서 가장 먼 아프리카의 앙골라와 수단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4분의 1을 넘는다. 중국이 바다로 들여오는 원유의 100%는 남중국해를 거쳐 수입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미국이 이 해역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것이 중국엔 내심 걱정이다.

위의 두 장면은 중국이 남중국해에 목매는 이유를 웅변해주고 있다. 남중국해엔 20년 전인 1993년부터 석유 순수입국이 됐고 2007년부터 천연가스 수입국이 된 중국이 60년간 쓸 수 있는 석유와 146년간 사용할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다. 또 남중국해는 ‘금싸라기 항로’다. 매년 선박 약 4만척이 남중국해를 지난다. 전 세계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3척 중 2척은 이곳을 지나야 한다. 길목을 잡고 통항료를 받으면 앉아서 돈을 쓸어담을 수 있다.

중국은 남중국해를 자신만의 호수, 즉 ‘남중국호(湖)’로 만들고자 한다. 이를 위해 수십년 전부터 치밀한 계획을 추진해왔다. 그 1단계는 남중국해 주권선언이었다. 베트남, 필리핀 등 남중국해 주변국들과의 마찰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60년 전부터 시작된 中의 남중국해 ‘독식의 역사’= 남중국해를 ‘중국만의 호수’로 만들기 위한 중국의 계획은 60여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1945년 8월 일본이 2차대전에서 패망하자 중국은 “남중국해의 난사군도(南沙郡島) 4개 도서(島嶼)는 중국령”이라고 선언했다. 이어 1958년 9월 중국은 12해리 영해 선언과 함께 남중국해의 난사군도가 중국 땅임을 재확인했다. 당시에도 남중국해에 해저자원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긴 했다. 하지만 중국은 헤이룽장 성 다칭(大慶)유전 발견(1959)에 들떠 바닷속은 관심 밖이었다.

그러나 1968년부터 상황이 변했다. 유엔 아시아 극동경제위원회(ECAFE)가 보고서를 통해 ‘남중국해는 세계 4대 유전’임을 밝혔기 때문이다. 남중국해의 지정학적 가치도 날이 갈수록 올라갔다. 이 시기 싱가포르는 이곳을 통과하는 해상물류의 중간기착지 역할을 하며 막대한 수입을 올리고 있었다. 이후 중국의 남중국해 독식사(史)도 본격화됐다.

1974년 중국은 베트남령 시사군도(西沙郡島)를 점령하고 이곳 전역을 실효지배했다. 14년 뒤 중국 해군은 난사군도에서 베트남 해군과 다시 충돌했다. 베트남 보급선이 침몰했고 사망자도 생겼다. 이어 1992년 시사군도에는 중국의 공군기지가 세워졌다. 이로써 중국군의 작전반경이 난사군도까지 확대됐다. 1997년에는 필리핀이 중사군도(中沙郡島) 스카보로 섬(황옌다오)의 중국령 표시를 제거하자, 중국해군은 필리핀령 암초들을 강제로 점령했다. 이후 중국은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주변국 반발에 계속 강경대응으로 맞섰다.

물론 중국은 주변국을 안심시키고자 외교적으로 ‘(영해)논쟁보류 공동개발’을 내걸었다. 중국은 2002년 아세안(ASEAN) 국가들과 ‘남중국해 당사자 공동행위 선언’에 서명하고 “협상을 통해 평화적인 방식으로 남중국해 분쟁을 해결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지금도 변한 건 없다. 2011년 5월 중국은 필리핀 배타적경제수역(EEZ) 내 즉, 사실상 필리핀 영해에 있는 난사군도 지역에 자국령 표식을 설치했다. 또 이즈음 중국 순시선이 베트남 석유탐사선의 케이블을 절단하기도 했다.

지난 4월에도 중국은 중사군도의 스카보러 섬(황옌다오)을 두고 필리핀과 두 번째로 대치했다. 6월 들어서는 베트남과의 기싸움에도 불이 붙었다. 베트남 국회는 최근 ‘시사군도와 난사군도를 포함한 해역은 자국의 주권 관할 범위’임을 규정하는 해양법을 통과시켰다. 이에 장즈쥔(張志軍) 외교부 부부장은 주중 베트남 대사를 불러 이는 중국의 주권 침해라며 강력 항의했다.


▶中, ‘남중국湖’ 계획 2단계를 준비 중= 최근 중국은 자원과 교통로의 안정적 확보라는 1단계에서 더 나아가 남중국해를 자국의 내해처럼 만들어 항구적으로 영토화하는 2단계 계획을 착착 밟아나가고 있다. 행정구역을 지정하고 관광을 활성화하며 항구적인 어업을 보장하는 것이 그 골자다. 이를 지키기 위한 해군력 확충도 여기에 포함된다. 그래야 안정적인 자원과 통상로, 통항료 확보 역시 가능해진다.

이를 반영하듯 중국정부는 21일 난사ㆍ시사ㆍ중사 군도 통합관리라는 명분으로 싼사(三沙)시를 세우고 시 청사를 시사군도에 속한 용싱다오(永興島)에 두기로 했다. 중국정부는 24년 전 이곳을 하이난 성 관할로 정한 데 이어, 2007년부터 계획해 이번에 정식으로 국무원 의결을 거쳤다. 관할 면적만 260만㎢로 중국 영토(959만㎢)의 4분의 1이 넘는다. 누가 뭐라든 이 지역 주권을 확실히 다지겠다는 포석이다.

이처럼 남중국해를 통합 관할하는 정식 행정구역은 단순한 해양주권 선언을 넘어서는 영토화를 위한 구체적인 ‘틀’이나 마찬가지다. 중국은 이 그릇 속에 다양한 내용물을 넣기로 했다. 우선 중국 국가관광국(旅遊局)은 5월부터 시사군도 관광개발을 추진 중이다. 그 주요 코스에 싼사 시청이 들어설 용싱다오가 있다.

또 하이난 성 관영 난하이왕(南海網)은 5월 7일 “중국이 어획, 냉동, 수산물 가공을 한꺼번에 할 수 있는 적재량 3만t급 규모의 공장형 어선을 건조해 남중국해에 투입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미 4월 3일 하이커우 항에 기항한 ‘하이난바오사(海南寶沙) 001호’가 그것이다. 이 배는 남중국해 심해에서 어로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어로를 보장하는 강한 해군력은 필수다. 현재까지 공식적인 발표는 없으나, 향후 추가로 건조될 중국 항공모함 기지가 남중국해 입구인 하이난다오가 되리라는 것은 누구나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다.

로버트 카간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저서 ‘미국이 만든 세계(The World America Made)’에서 “중국은 그들의 목적에 맞춰 바다를 닫으려 한다”고 말했다.

남중국해라 불리는 엘도라도. 여기서 중국이 원하는 것은 60년치 석유와 안정적인 해상보급선이 전부는 아닌 듯하다. 그들은 바다를 닫아걸어 남중국해(海)를 자신만의 ‘남중국호(湖)’로 바꿔가고 있다. 

윤현종 기자/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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