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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가수〈개그맨+가수〉’ 주류가 되다
요즘 가요계에서 개그맨과 가수를 겸업하는 연예인, 일명 ‘개가수’의 위력이 대단하다. 유세윤과 뮤지가 결성했던 그룹 UV가 2010년 ‘이태원 프리덤’ 등으로 가요계에 만만치 않은 존재감을 보여주더니 최근에는 KBS 개그콘서트의 ‘용감한 녀석들’(박성광 신보라 정태호 양선일)과 정형돈과 데프콘이 결성한 갱스터랩 그룹 ‘형돈이와 대준이’ 등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

‘용감한 녀석들’이 내놓은 ‘기다려 그리고 준비해’와 ‘형돈이와 대준이’의 갱스터랩 앨범에 수록된, 생활밀착형 가사가 돋보이는 ‘올림픽대로’와 ‘안 좋을 때 들으면 더 안좋은 노래’ 등은 각종 음원 차트에서 기성 가수들을 제치고 실시간 1위에 올랐다. 랩으로 풀어내는 ‘용감한 녀석들’은 ‘개콘’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코너다. 박성광 신보라 정태호는 개그맨으로는 이례적으로 CF 시장에서도 상한가다.

예전에도 틴틴파이브, 조혜련, 나몰라패밀리 등 ‘개가수’는 있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주류음악계에서 비주류 시장을 차지하는 데 그쳐야 했다. 하지만 요즘 ‘개가수’는 코믹, 싼티, 패러디, B급 정서를 표방하면서도 당당히 A급과 경쟁하며 조금도 밀리지 않는다.


그런 허세와 키치적 상황이 톱가수들과 대등한 경쟁을 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음악시장이 음반에서 음원으로 중심축이 옮겨오면서 누구나 쉽게 가수를 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이런 환경에서 음악의 소비문화도 달라졌다. 가령, 2년에 한 번씩 ‘무한도전’ 멤버와 기성 가수가 듀엣으로 노래를 발표하던 ‘무한도전 가요제’는 엄청난 반향을 몰고 왔다.

박명수 지드래곤의 ‘바람났어’, 유재석과 이적의 ‘압구정 날라리’, 정형돈 정재형의 ‘순정마초’, 정준하와 스윗소로우의 ‘정주나요’ 등은 음원차트 줄세우기 신공을 보여주기도 했다. 예능인과 가수가 함께하는 ‘무한도전 가요제’를 보면서 ‘개가수’들은 더욱 자신감을 얻었다.

음악이 음악 자체 프로그램이 아닌 예능과 결합하는 것이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 돼 버렸다. 개그맨과 가수가 결합하면 코믹하고 서민적인 느낌이 나며 무엇보다 친근한 이미지가 형성된다. 대중은 익살스런 가사를 담고 있는 이런 노래를 재미있다며 부담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유세윤과 정형돈, 용감한 녀석들 등 개그맨들의 연기를 가미한 퍼포먼스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이제 개가수들은 단순히 이벤트로 음반을 내놓는 차원을 벗어나 가수 못지않은 가창력을 보이기도 한다. ‘개콘’의 신보라는 개그맨이나 배우가 소속된 기획사가 아닌 태진아가 대표로 있고 휘성, 에일리 등이 소속된 가요 기획사와 계약을 맺었다는 것은 앞으로의 음악 활동을 예고하는 것이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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