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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플社 로고의 주인공(?) 튜링, “독사과 먹은 것 아닐 수도”
[헤럴드경제=박혜림 인턴기자]청산가리를 주입한 사과를 먹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잘 알려진 컴퓨터의 시조(始祖) 앨런 튜링의 사인이 자살이 아닐 수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눈길을 끌고 있다.

영국 BBC는 23일(현지시각) 튜링 탄생 100주년을 맞아 이날 영국 옥스퍼드에서 열린 학회에서 잭 코플랜드 교수가 1954년 튜링의 사망 직후 이어진 사인 규명 조사 결과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튜링의 삶에 관심을 갖고 연구해온 코플랜드 교수는 현대의 기준으로 볼 때 튜링이 자살했다는 결론을 내리기엔 당시 발견된 증거들이 충분치 않다고 주장하며 그의 죽음이 사고였을 가능성을 짚었다.

평소 동화 ‘백설공주’에 나오는 독사과에 집착한 것으로 알려진 튜링은 1954년 반쯤 먹다 만 사과를 침대 옆 탁자에 두고 숨진 채 발견됐다. 이에 사람들은 그동안 그가 청산가리를 주입한 사과를 먹고 자살한 것이라고 굳게 믿어왔다. 또 이러한 믿음은 애플 사(社)의 두 번째 로고인 한 입 베어 문 사과가 그를 기리기 위한 것이라는 루머까지 야기했다.

하지만 코플랜든 교수는 이날 “튜링은 자기 전에 사과를 먹는 버릇이 있었고 다 먹지 않고 자주 남겨뒀기 때문에 이 사과는 자살의 증거가 될 수 없다”며 자살이 아닌 사고사일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실제로 당시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은 사과에 청산가리 성분이 들어있는지 여부를 검사하지 않았다.

또 코플랜드 교수는 1950년대 동성애가 금기시되던 영국에서 동성 애인이 있다는 사실이 발각된 후 경찰에 유죄판결을 받은 튜링이 성욕억제 호르몬을 투약받는 이른바 ‘화학적 거세’ 처벌까지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숨을 거두기 전까지 밝게 생활했다고 강조했다. 코플랜드 교수는 이에 대한 증거로 튜링이 지인에게 쓴 편지에서 쾌활한 모습을 보여줬음은 물론 죽기 나흘 전에도 이웃 주민에게 ‘즐거운 파티’를 연 사실을 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플랜드 교수는 튜링이 자택의 좁은 방에서 청산가리를 이용한 전기도금을 실험하곤 했다며 그가 청산가리를 끓이는 중 실수로 증기를 흡입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어 코플랜드 교수는 이같은 실험에 대해 ‘자살을 숨기기 위한 튜링의 계략’이라고 주장하는 일부 사람들에게 “증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현재까지 알려진 모든 정황상 사고사가 확실하다고 단정지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우리는 튜링을 스스로 목숨을 끊은 불행한 젊은이로 재창조했지만 증거는 그곳에 없었다”며 그의 죽음보다는 삶과 놀라운 업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첨언했다.

mne1989@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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