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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향군인회 보증섰다 790억 물어주고…총체적 위기…

[헤럴드경제= 황유진ㆍ민상식ㆍ서상범 기자] 제대 군인 등 850만명을 회원으로 둔 재향군인회(회장 박세환)가 허술한 지급보증과 산하 사업단장의 횡령 등으로 인해 790억원을 투자사에 물어주는 사고가 발생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5부는 지난 18일 재향군인회 5개 직영사업체 중 하나인 S&S사업본부 산하 U-케어 사업단장 A(40) 씨를 특경가법상 횡령 혐의로 구속했다고 21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 씨는 지난해 4월 코스닥 상장사인 B사 등 4개 상장회사가 KTB투자증권 특수목적법인(SPC)인 C사에서 790억원 규모를 대출받을 수 있도록 재향군인회 명의로 보증을 섰다. A 씨는 이 중 400여억원은 4개 상장회사에 운영자금으로 송금하고 나머지 277억원은 향군 명의 은행계좌에 입금해놓고 수시로 빼내 쓰는 등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의 ‘간 큰’ 범행은 지급보증을 해준 상장회사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만기가 도래해도 돈을 갚지 않으면서 드러났다. C사가 재향군인회에 변제를 요구하면서 향군은 대출을 받아 790억원을 갚았다. 특히 이 과정에서 A 씨는 평소 입찰 등 다른 용도에 쓰기 위해 갖고 있던 향군의 사용인감을 몰래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향군인회는 한국전쟁 당시 전상자와 제대 장병을 지원하기 위해 1952년 2월 1일 임시수도 부산에서 제대 장병 3만여명으로 창설돼 현재 회원이 850만명에 달하고 있다. 전국에 3600여개 지회가 있으며, 산하 기업체로는 중앙고속운수 향우산업 충주호관광선 향우실업 향우물산 향우재자원 향우용역 통일관광 향우경비 호남광업 등이 있다.

거대 조직을 거느리면서 1조8000억원의 자산을 굴리는 재향군인회는 지난해부터 부실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해 7월 신용평가사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은행 빚 2898억원과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단기성 어음 2700억원 등 총 5600억원의 부채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2007년 이후 아파트·오피스텔 사업 등 16곳에 수익사업을 벌이다 빚어진 일이다. 2010년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비리와 관련해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으며, 개발사업본부 간부가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재향군인회의 이같은 부실한 자금운영에 대해 향군개혁운동본부 한 고위관계자는 “상조회 뿐만아니라 지금까지 벌였던 수천억원대에 이르는 여러 사업들이 중단될 위기에 몰릴 수도 있다”면서 “생계 곤란을 겪는 수만명의 향군회원에 대한 생계비 지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향군 상조회 측은 “향군 상조회는 상법상 독립회사로 재향군인회와는 별개로 자금 운영한다”며 “수납된 회원비는 전액 제1금융권에 예치해 유동성 자금을 112% 보유하는 등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고 있다”며 고 주장했다.

hyjgo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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