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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권없는 이집트 첫 민선대통령 무르시의 도전 성공할까
“非무슬림형제단 총리 선출” 통합 다짐 불구…
국론 양분·軍통수권 없어 허수아비 대통령 우려도



‘미국 공학박사, 이슬람 원칙주의자, 대타로 나선 대선 후보.’ 무함마드 무르시(61) 이집트 대통령 당선자가 지금껏 대중에게 각인시킨 이미지다. 그만큼 그는 이집트의 주류정치와는 거리가 먼 인물이었다. 이집트의 오랜 우방인 미국에서 유학했지만 무르시는 카이로대 시절부터 무슬림형제단의 일원이었다. 1928년 조직된 이 단체의 모토는 ‘이슬람 율법이 지배하는 국가’였다. 이집트는 다른 아랍국가와 달리 60년이 넘도록 군부의 세속정권이 다스렸다. 종교와 거리가 먼 나라였다. 이슬람 정파는 근본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무르시는 그러나 40년 가까이 무슬림형제단에 있으며 조용히 자신의 기반을 다졌다. 율법과 원칙을 중시하는 무르시의 성향은 대부분 이곳에서 길러졌다. 무슬림형제단도 무르시와 함께 최대 이슬람 조직으로 성장했다. 지난 4월 선거법상 요건을 못 채운 카이라트 알샤티르 대신 대선 후보에 나섰지만 무르시는 승리를 확신했다. 뒤를 받쳐줄 ‘든든한 조직’ 때문이었다.

하지만 무르시가 앞으로 조직의 도움만으로 이집트에 닥친 ‘파우다(‘혼돈’의 이슬람어)’를 극복할지는 미지수다. 우선 다른 후보에게 표를 준 이집트의 ‘또 다른 절반’을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관건이다. 그는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 시절 총리를 지냈던 맞수 아흐메드 샤피크 후보를 겨우 90만표 차이로 눌렀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양분된 나라를 잘 이끄는 것이 중요하다”고 평했다. 

대통령 권한을 모호하게 규정한 임시 헌법도 문제다. 대선 투표 직후 발동된 이 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사실상 군 통수권을 갖지 못한다. 허수아비 대통령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미국과의 관계도 문제다. 미국ㆍ이집트 동맹은 1970년대 후반부터 아랍 세계의 안정을 유지하는 초석이었다. 그러나 대선 기간 내내 무르시의 슬로건은 ‘이슬람이 해법이다’였다. 이슬람의 원칙과 군부정권들이 미국과 같이했던 방향성은 부딪칠 수밖에 없다. 미 백악관도 이를 우려한 듯 이집트 첫 문민 대통령의 탄생을 축하하며 “이집트가 그간 해왔던 아랍 안정자 역할”을 강조했다.

무르시는 “모든 이집트인을 위한 리더가 되겠다”는 당선 일성으로 세간의 걱정을 불식시키려 했다. 그는 또 “비(非)무슬림형제단을 차기 국무총리로 뽑을 것”이라며 통합의 정치를 다짐하기도 했다. 40년간 지킨 원칙과 앞에 닥친 현실을 조화시키는 무르시의 실험에 이집트의 미래가 달렸다. 


<윤현종 기자>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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