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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장인들, '카톡'그룹채팅 '무서워...'
참여하자니 성가시고 안하자니 후환이 두렵고…
퇴근후·새벽·주말도 업무연장
채팅하다 등산·회식 등 제안
울며 겨자먹기 한숨쉬며 동참
메시지 열어봤는지 확인가능
“못봤다” 거짓말도 안통해
직장상사와 카톡친구 피하려
휴대폰번호 일부러 저장않기도



대기업 영업사원인 A(31) 씨는 요즘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이 원망스럽다. 몇 달 전 직장상사의 제안으로 부원 10여명이 참여하는 카카오톡 그룹채팅방을 개설했다. 처음에는 채팅방에서 직장상사와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러나 점차 상사의 사적인 글이 늘어나더니 최근에는 업무지시까지 내려온다. 집에서 쉬고 있을 때, 심지어 주말과 새벽에도 상사가 업무를 지시한다. 


A 씨는 “퇴근을 하고도 상사와 채팅을 해야 해 업무가 연장된 느낌”이라며 “요즘 회사 안에선 사표도 카카오톡으로 낸다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오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 등이 최근 폭발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직장인 사이의 새로운 소통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업무 연장, 사생활 침해, 채팅 공해 등 부작용도 만만찮은 상황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모바일 메신저 시장의 대표주자인 카카오톡은 현재 가입자만 5000만명(국내가입자 3500만명)을 넘어서 ‘국민앱’으로 불리고 있다. 카카오톡 외에도 ‘라인’은 3500만명, ‘마이피플’은 2000만명, ‘틱톡’은 1400만명에 이른다. 일부 모바일 메신저의 경우에는 개인용컴퓨터(PC)와 호환이 가능해 사무실에서는 PC로, 이동할 때는 스마트폰으로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런 추세에 발맞춰 모바일 메신저 그룹채팅방을 만들어놓고 업무에 활용하는 회사나 부서가 늘어나고 있다. 그룹채팅방은 한곳에서 여럿이 얘기할 수 있는데, 이동하면서도 토론이나 업무가 가능해진 것이다.

주류업체 영업사원 B(27) 씨는 “주로 외근을 하기 때문에 항상 그룹채팅방에서 직장상사에게 업무 보고하고 의견을 교환한다”면서 “그룹채팅방을 통해 상사와 서로 친밀해지고 빠르게 소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룹채팅방의 부작용도 크다. 일이 회사에서 끝나지 않고 퇴근 후에도 이어진다는 것이다. 중견기업 사원 C(29ㆍ여) 씨는 “집에서 쉬고 있는데 카카오톡 그룹채팅을 통해 불러내거나 주말, 새벽에도 업무지시가 내려와 화가 난 적이 여러 번”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특히 “그룹채팅방에서 얘기를 나누다가 누군가 단체회식이나 등산을 제안한다”면서 “결국 주말에 직장상사와 만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덧붙였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D(32) 씨의 경우에는 더 심각하다. 전 직원 30여명이 모두 그룹채팅방에 참여해 매일 단체 채팅을 한다. 그는 “주말에도 직장상사의 농담글을 보면 짜증이 밀려온다”면서 “그룹채팅방 글이 채팅 공해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룹채팅방에서 직장상사의 글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는 모바일 메신저에선 상대방이 글을 읽었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톡의 경우에는 글을 읽은 사람 수가 옆에 숫자로 표기된다. 기존의 문자메시지나 전화처럼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는 핑계가 불가능해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모바일 메신저 그룹채팅으로 일의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데 있다. D(32) 씨는 “쏟아지는 상사의 글을 확인하고 대답하느라 일에 집중하기가 힘들다”고 토로했다. 모바일 메신저는 즉각적인 대답이 필수다. 이 때문에 카카오톡 화면을 안 보자니 불안하고, 보고 있자니 다른 일에 집중하기가 어렵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모바일 메신저 그룹채팅을 피하기 위한 갖가지 꼼수도 등장하는 실정이다. 회사원 E(29ㆍ여) 씨는 “직장상사와 카톡친구가 되지 않으려 상사의 휴대폰 번호를 저장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민상식 기자>
/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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