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가운 중동의 모래 바람은 한국인들에게 유난히 친근하게 느껴진다. 한국의 경제 성장을 가져다준 주된 공간이 중동이었기 때문이다. 국내 굴지의 건설사들이 뜨거운 태양 아래서 외화를 획득하던 그 시절을 우리는 중동 붐이라 불렀다.
그리고 21세기로 접어든 오늘, 우리는 제2의 중동 붐을 희망하고 있다. 주택시장의 불황 장기화로 건설업계의 고민이 커지는 2012년 건설업체들은 해외 건설시장에서 생존해법을 찾느라 분주하다. 해외 건설시장의 핵심은 단연 중동이다. 지난 47년간 지역별 해외 수주 실적에서도 중동이 3019억달러(60%), 아시아가 1479억 달러(30%)로 중동의 역할이 컸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중동국가들의 올해 건설시장은 1500억달러 규모로 추산된다. 지난해 1080억달러보다 40%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이같은 공사액중 건설업계에서는 지난해 295억달러 수준이던 중동지역 해외건설 수주액이 올해 처음으로 300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은 올해 초 중동 순방을 다녀온 뒤 “중동지역은 지난해 ‘재스민 혁명’으로 대표되는 이집트, 리비아 지역의 소요사태로 한동안 공사 발주가 멈칫하기도 했다”며 “그러나 올핸 유가 고공행진과 더불어 각국 인프라 예산이 높게 책정돼 수주 여건이 좋다”고 말했다.
중동 건설시장의 원천은 오일달러를 기반으로 한 고부가가치의 플랜트 산업이 꼽혀왔다. 맏형 현대건설을 필두로, 대림산업, GS건설, 삼성물산 등이 활발히 사업을 진행중이다. 국내 건설사가 대규모 공사를 수행하는 활동 무대는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카타르 등이다.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발주된 총 720억달러어치의 공사중 166억달러를 국내 업체가 수주했다. 현대건설은 올해 3월 중동 시장에서 전통적으로 강한 원유 및 가스처리 시설ㆍ석유화학 플랜트뿐 아니라 산업설비 플랜트 부문인 알루미나 제련공사도 줄줄이 수주했다. 대림산업은 중동 최대의 플랜트 발주시장인 사우디에서 현재 65억 달러 규모의 8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원유매장량 세계3위, 천연가스 매장량 세계 4위를 차지할 정도로 천연자원이 풍부한 UAE에서는 GS건설과 삼성물산의 활약이 눈에 띈다. GS건설이 UAE에서 수행한 대표적 프로젝트 그린디젤프로젝트다. 그린디젤프로젝트는 아부다비 서쪽으로 250㎞ 떨어진 지역에 위치한 루와이스 산업단지에서 아부다비석유공사(ADNOC) 자회사 타크리어사가 발주한 프로젝트다.
GS건설은 그린디젤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2009년에 아부다비 루와이스에서만 총 3건의 대규모 프로젝트를 잇따라 수주했다. 금액으로 따지면, 2009년 한해 동안 우리나라 건설업체가 아부다비에서 수주한 100억달러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5억달러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세계 최고빌딩 UAE 두바이 부르즈칼리파, 두바이 인공섬을 연결하는 제벨알리 연결교량, 아부다비의 혈관을 만드는 살람지하차도 공사 등 UAE를 중심으로 건설과 토목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엔 중동 국가들이 ‘재스민 혁명’ 이후 민생안정 차원에서 주거의 품질 제고에 맞춘 인프라 발주를 크게 확대하고 있다. 실제 한화건설은 최근 초대형 신도시 사업을 수주하며 중동 건설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 또한 50만가구 주택공급 프로젝트를 내놓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재스민 혁명 이후 병원, 학교, 고층 아파트 등 복지형 건설 수요가 늘고 있다”며 “이는 단순한 토목건설이 아닌 부가가치가 높고 인력 수출도 가능한 사업이어서 중동 건설 부문의 미래가 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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