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윤현종기자] 미국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가 경기 진작을 위해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peration Twist)를 재차 시행하기로 했다. 미국 경제가 종전 예상보다 좋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연준이 취한 경기부양책이다. 일각에서는 예상한 수준의 조치라는 해석도 있지만 이정도로는 약발이 듣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찮다.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추가 행동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는 만큼 시장에서는 이번 결정이 3차 양적완화(QE)를 위한 수순이라는 관측이다.
▶ 연준 ‘이정도로 괜찮다’ ? =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현지시간) 연준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작년 9월부터 시행됐던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를 올 연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연준은 이번에 3년 이하 단기국채를 매도하고 6~30년 장기채를 사들일 예정이다. 그 규모는 지난 1차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때의 4000억 달러보다 줄어든 2670억 달러 정도다.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는 중앙은행이 장기 국채나 모기지채(부동산 담보채권) 등을 사들이고 단기채권을 팔아 장기 금리를 낮춤으로써 경기를 진작시키는 정책 수단이다. 보통 장기 채권 매입과 단기 채권 판매를 동시에 시행한다. 장기 채권을 매입하면 시중의 장기 금리가 떨어지고 단기 채권을 팔면 단기 금리가 오르는 효과가 있다. 일반적으로 장기 금리가 내려가면 기업은 투자를 늘리고 가계는 새로 주택을 매입하는 등 투자가 활성화되는 효과가 있다.
연준의 대응책이 양적완화같은 직접적 통화공급 대신 오퍼레이션 트위스트에 머문 것과 관련, WSJ는 현재 연준이 올해 미국 경기가 하강세를 탔다고 보면서도 “올해 경기가 어느정도는 확장될 것이라는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기가 ’아직’ 저점을 찍은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다.
▶ 시장은 반신반의 = 이 소식을 접한 시장 전문가들은 ‘경기가 더 나빠지는 것에 대비해 비상수단을 남겨놓은 것 같다’며 이번 조치는 나름대로 적절했다는 반응이다. 즉 직접적으로 유동성을 확대하는 것은 ‘최후의 보루’로 남겨두려는 의도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는 것. 뉴욕 디시전이코노믹스의 앨런 시나이 최고경영자(CEO)는 “경제 기반이 더 나빠질 경우에 대비해 예비실탄을 남겨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번 조치의 약발이 안 먹힐 것이라는 해석도 만만찮다. 이를 의식한 듯 벤 버냉키 연준의장은 “필요할 경우(오퍼레이션 트위스트 이상의)추가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실제로 미국경제는 대외적으로 스페인의 추가 구제금융 가능성 등 유럽 채무 위기가 완전히 가시지 않았고 중국 등 아시아 일부 국가의 성장 둔화 등으로 미국의 수출 여건이 좋지 않은 상태다. 대내적으로도 고용, 생산, 소비 등의 경제 활동이 지지부진하고 물가 안정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지 않다고 해도, 이는 상당 부분 원유 및 휘발유 가격 하락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양적완화 같은 추가조치가 조만간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의 피터 피셔 채권부문 대표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오퍼레이션 트위스트의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낮아진 장기금리 때문에 오히려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투자자들이 시장을 빠져나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결국 이번 조치는 소용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며 연준의 ‘더 센 부양책’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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