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진성 기자]금융당국이 부실 저축은행에 대한 상시 구조조정 체제로 전환한 가운데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5~8%에 놓인 소위 ‘회색지대 저축은행’에 대한 검사에 착수했다.
이들 저축은행의 BIS비율은 적기시정조치 기준(5% 미만)보다 높지만 덩치가 큰 한 두 건의 부실 여신이 발생하면 자산건전성이 급격히 악화돼 부실 금융회사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은 이미 회색지대 저축은행 1~2곳에 자본 확충을 요구하는 등 자구 계획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21일 “현재 검사가 진행 중인 곳은 ‘그레이존(회색지대)’에 있는 저축은행”이라면서 “대부분 중소형 저축은행들로 부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건전성 등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일부 저축은행은 유상증자 등 끌어온 자금의 출처를 파악하고 있다”면서 “자본 확충이 제대로 된 곳은 살려두지만 그렇지 않으면 바로 적기시정조치(부실 금융회사에 대한 경영개선 조치)가 들어간다”고 말했다.
현재 회색지대 저축은행 3곳 이상이 금감원의 검사를 받고 있고, 이와 별도로 단독조사권을 가진 예금보험공사도 지난 14일부터 부실 징후가 있는 저축은행 3곳에 대한 검사에 착수했다.
지난 3월 말 기준 전국 93개 저축은행(솔로몬ㆍ한국ㆍ미래ㆍ한주저축은행 제외) 중 23곳이 BIS비율 8%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차 구조조정에서 경영진단을 받은 저축은행 중 회색지대에 놓인 현대스위스(3.48%), 현대스위스2(7.03%), 부산솔로몬(1.24%), 진흥(1.22%), 경기(7.56%), 스마일(미래2ㆍ6.02%)저축은행을 제외하면 17개 저축은행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특히 부산에 본점을 둔 우리저축은행과 토마토2저축은행의 BIS비율은 각각 -20.46%, -11.75%로 가장 낮았고, 유니온저축은행(대구ㆍ-1.51%)과 오투(충남ㆍ4.19%)저축은행도 적기시정조치 기준을 밑돌았다.
또 신라(인천ㆍ5.20%), 더블유(서울ㆍ5.68%)저축은행은 적기시정조치 기준을 간신히 넘겼고, 강원(강원ㆍ6.18%), 흥국(부산ㆍ6.88%), 골드브릿지(전남ㆍ6.49%), 스마트(광주ㆍ7.12%), 세종(충남ㆍ7.13%), 한화(경기ㆍ7.29%), 서울(서울ㆍ7.43%), 동양(광주ㆍ7.62%), 늘푸른(경기ㆍ7.64%), 엠에스(대구ㆍ7.64%), 삼일(경북ㆍ7.89%)저축은행 등도 안전권에 들지 못했다.
이들 저축은행은 당장 영업정지 등 경영개선조치 대상은 아니지만 경영실적이 악화되고 있어 건전성 관리가 시급한 실정이다. 다른 관계자는 “BIS비율 외에 고정이하 여신비율이 전분기 대비 크게 떨어진 저축은행도 잠재적인 부실 위험이 있는 만큼 검사 대상으로 분류된다”면서 “BIS비율이 멀쩡해도 제보 등에 따른 검사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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