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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펑펑 쓰는 에너지’.. 開門냉방영업 단속 현장에선…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지난 19일 오후 서울 명동. 명동역에서 을지로입구역으로 이어지는 중앙로 양편의 매장들은 대부분 문을 열고 영업을 하고 있다. 매장 안에서 흘러나오는 에어콘 찬 바람이 고객들을 유혹한다. 매장 안에 별도 문을 만들어놓은 곳도 있지만 이 문 역시 열어놓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전력 과소비 방지를 위한 에너지사용 제한조치의 일환으로 개문(開門)냉방영업장(에어컨을 틀고 출입문을 열어놓은 채 장사를 벌이는 사업장)에 대한 단속을 벌인지 열흘이 지났지만 이같은 행태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단속을 전후로 충분한 홍보 기간이 확보되지 않은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이면서도 전기를 물처럼 펑펑쓰는 인식이 만연하기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문 안닫기’ 백태(百態)= 지자체 단속반과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실제 단속에 나갔을 때 매장주들로부터 가장 많이 나오는 반응은 ‘문 닫으면 장사가 안된다’는 말이다. 가끔 격해진 주인들은 ‘내 돈 내고 내가 전기료 쓰겠다는데 무슨 참견이냐’, ‘세금도 착실히 내고 있는데 나라가 왜 장사를 방해하느냐’ 등의 ‘배째라 식’으로 되레 강한 항의를 벌이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반대로 ‘문을 닫으면 손님들이 들어오질 않는다’, ‘가뜩이나 매출이 줄어서 어려운데 좀 봐달라’는 읍소식으로 나오는 주인들도 있다. 이같은 반응은 고객들의 출입 빈도가 높은 화장품ㆍ의류매장에서 가장 많이 나온다.

머리를 써서 단속을 피해보려는 지능형도 있다. 현 단속 규정에 따르면 냉방기기 가동시 출입문을 5분 이상 열어놓는 사업장이 적발 대상이다. 따라서 이를 교묘히 이용, 출입문을 4분은 열어놓고 1분은 닫아놓기를 반복하는 등의 방식으로 단속을 빠져나가는 매장도 더러 있다.

출입문을 아예 접이식으로 개조, 마치 문이 없는 ‘효과’를 보도록 한 ‘꼼수형’ 매장도 있다. 이럴 경우 실내 냉기를 매장 앞 고객들에게 더 많이 전달할 수 있어 호객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구청 관계자는 “이번달은 아직 홍보기간이라서 그런지 매장들이 (단속에 대해) 알고는 있는데 실제 참여율이 저조하다”며 “매장 주인들이 문을 닫으면 장사를 못한다고 하소연하는 사례가 많이 있다”고 밝혔다.


▶과태료 부과, 제대로 될까= 상황이 이렇다보니 7월부터 시작되는 본격 단속이 실효성 있게 진행될 수 있을지를 놓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자칫 단속 지역에 모인 상점들이 집단 반발에 나설 수 있고, 과태료를 물고서라도 문을 열고 영업을 지속할 수 있어 당초 취지에 어긋나는게 아니냐는 것이다.

지난 11일부터 시작된 단속은 적발사업장에 대해 이달 말까진 구두 경고 및 경고장 발부에 그치지만 7월 1일부턴 적발 횟수에 따라 최고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게 된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개문영업을 단속하는 목적 자체가 적발을 해서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는 것보다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참여를 유도하려는 것인데 현재 매장에선 반발하는 분위기가 크기 때문에 실제로 행태가 많이 근절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로서도 전기대란 우려 속 개문영업 행태에 대해 물러설 수 없는 입장이다.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한국냉동공조인증센터의 실험결과, 바깥 온도가 32℃일 때 실내온도를 22℃로 유지하면서 출입문을 개방해놓을 경우 닫아둘 때보다 최대 3.4배의 전력소비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무리 더워도 적정 실내온도(26도 이상)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다.

전력예비율이 간당간당해 정전 대란까지 우려되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최선의 방안은 전기 소비를 줄이는 것. 눈앞의 이익만 생각하고 전기를 펑펑 쓰다가 정전이라도 발생하면 더 큰 손실을 볼 수 있음을 인식토록 하는 게 문 열고 냉방 영업하는 매장을 단속하는 주 목적이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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