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지회가 천막농성을 통해 주장하는 것은 ▷민주노조 말살 반대 ▷단체협상 일방해지와 협상시간 끌기 철회 ▷지난해 말 휴직처리된 600여명 휴직자 복귀 등이다. 한진지회의 주장만 놓고 보면 아직 노조와 사측은 해묵은 갈등을 해결하지 못해 반목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회사 분위기는 사실 그렇지 않다. 노사가 힘을 합쳐 조선소 정상화에 힘쓰는 등 어느 때보다 사이가 좋다. 제2 노조인 한진중공업 노동조합은 최근 “조합원의 생존권을 확보하려면 회사가 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말할 정도다. 한진중공업 노조는 올 1월에 생긴 신생 노조로, 노조 설립 일주일 만에 조합원의 과반수를 확보한 상태다.
그렇다면 한진지회가 다시 천막으로 들어간 이유는 뭘까. 회사 내부에서는 한진지회가 한진노조에게 단체교섭권을 뺏길 위기에 처하자 직원들의 관심을 환기시켜 조합원을 다시 확보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재 한진중공업은 전체 조합원 704명 가운데 한진노조가 564명, 한진지회는 140명으로, 한진노조가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단체교섭권은 기존의 노조인 한진지회가 갖고 있다. 지난해에는 대표 노조 신고기간인 7월 28일까지 사내 노조가 한진지회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한진지회가 사측과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못한데다 조합원 이탈도 심해 존립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복수노조법은 “교섭대표 노동조합이 결정된 날부터 1년 동안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못하면 어느 노조든지 사용자에게 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내달 28일까지 사측과 교섭을 끝내지 않으면 한진노조가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기게 된다.
회사 측은 아직 회사가 정상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휴직자 복귀는 사실상 어렵다는 반응이다. 이에 한진지회 내부에서는 사측과 기간 내에 교섭을 끝내기 어려운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따라서 내달 28일 이후 한진노조가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이 생겨 두 노조는 교섭창구 단일화 협상에 들어가게 된다.
회사 측에서는 양측 모두 입장을 굽히지 않아 노조법에 따라 과반수 이상을 차지한 한진노조가 대표노조로 선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진노조 관계자는 “사측과 한진지회의 단체교섭이 전면 중단되면서 사측의 단체협약 해지 통보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한진지회는 시대착오적인 천막 농성을 할 것이 아니라 무단협 상태가 되기 전에 교섭권을 이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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