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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큐사진가 최민식의 그때 그시절..소년을 담다
{헤럴드경제=이영란 기자} 바닷가 백사장에서 홀딱 벗은 채 모래집을 짓는 소년들, 판잣집에 기대 말뚝박기를 하는 꼬마, 낡은 자전거에 여동생을 태우고 동네 한바퀴를 돌려는 소년, 칭얼대는 아이에게 젖을 물린 생선장수 아줌마. 이제는 만나기 힘든 1950~1970년대 우리의 모습이 담긴 사진들이 서울 명동의 롯데백화점 롯데갤러리(12층)에 내걸렸다.

원로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최민식(85) 선생이 미공개 사진 150점을 모아 ‘소년시대’라는 타이틀로 오는 7월 8일까지 롯데갤러리에서 사진전을 연다. 전시에는 가난했지만 희망을 잃지 않았던 한국인의 50~60년 전 모습이 생생하게 담긴 사진들이 나왔다.

작가는 반세기 넘게 부산 곳곳에서 서민들의 삶을 포착해왔으나 이번 전시에는 소년 소녀를 찍은 사진들을 공개했다. 자갈치시장, 부산역, 광안리와 영도 일대에서 만난 소년소녀들은 팍팍한 현실 속에서도 밝고 건강함을 드러내고 있다. 

갤러리에서 만난 최민식 선생은 “내 카메라에 포착됐던 그 시절 어린이들은 대부분 거리를 떠도는 아이들이었다. 전후(戰後) 어려운 가정형편상 학교도 변변히 못다녔지만 그들의 모습은 언제 봐도 해맑고 정겹다”고 했다.

전시장에 나온 자신의 사진 중 최 선생은 아이에게 젖을 물린 생선장수 아주머니의 사진을 대표작으로 꼽았다.

“자갈치 시장에서 생선을 파는 아주머니였어요. 칭얼대는 아기에게 젖을 물리는 순간을 포착했죠. 아기는 누나가 포대기로 업고 있었는데, 생선 비린내가 아이에게 묻지않도록 신경 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그런데 한두컷 더 찍으려 하자, 부끄러운지 몸을 훽 돌려 단 한장만 건질 수 있었답니다. 요즘에야 찾아보기 힘든 고단했던 한 시대 삶의 풍경이죠”.

1955년 일본 도쿄의 중앙미술학원을 다녔던 최민식은 헌 책방에서 에드워드 스타이겐의 사진집 ‘인간가족’을 접한 뒤 사진으로 방향을 틀고, 60년 가까이 이 땅 겨레들의 삶을 가감없이 기록해왔다. 그의 관심사는 늘 ‘인간’에 촛점이 맞춰져 있다. 

지난 2008년에는 자신의 사진원판 10만여장과 자료를 국가기록원에 내놓아 ‘기증 국가기록물 제1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무료관람. (02)726-4428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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