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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난당한 내 차는 어디에? 절도에서 분해, 밀수출까지 조직적 범죄 드러나
[헤럴드경제=윤정희 기자]경북 대구시에 사는 K씨(32)는 지난 겨울 새벽에 자신의 자동차를 찾아 이곳저곳을 뛰어다닌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아침일찍 출근하기 위해 전날 저녁에 주차해놓은 곳을 찾았지만, 자신의 승용차는 흔적도 없었다. 도난 신고도 연기처럼 사라진 자동차의 행방은 찾는 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 후로 인근 사람들에게 수소문도 해보고 지나다니는 차량도 유심히 살폈다. 하지만 자신의 애마는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K씨의 승용차는 어디로 사라진 걸까? 범죄에 사용된 후 바다에 버려진 것일까? 아니면 해체돼 부품으로 팔려나간 걸까?

이 자동차의 행방은 지난 18일 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에서 차량을 훔친뒤 밀수출한 혐의로 M(32)씨 등 우즈베키스탄인 2명을 구속하고 장물업자이자 수출업자인 키르키스탄인 H(34)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하면서 전모가 드러났다.

국제범죄수사대에 뜻밖의 제보가 들어온 것은 지난 3월께. 러시아인으로 보이는 M씨가 자주 승용차를 바꿔타고, 주차를 공터나 으슥한 공간에 한다는 것이었다. 뭔가 수상한 형태였다.

수출을 위해 중고차를 구입했다면 으슥한 공터까지 이동해 주차할 리 없다는 생각에 수사대는 즉시 이들 우즈베키스탄인 주위를

면밀히 수사했다. 수사결과 M씨 등 우즈베키스탄인 2명은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4월까지 부산, 경남, 경북 일원에서 승용차를 훔쳐 키르키즈스탄 등 동아시아로 몰래 수출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의 수법은 교묘했다. M씨는 승용차 문을 열고 훔치는 일을 전문적으로 맡았다. 또 한명의 우즈베키스탄인은 도시 주위를 돌면서 훔치기에 적당한 차량을 물색하는 일을 담당했다. 철저히 분업 시스템을 통해 일을 처리했다. 또한 절도에 성공한 차량을 부산항까지 가져오기 위해 교묘한 방법을 사용했다. 길가에 방치된 차량의 번호판을 몰래 떼어내 훔친 차량에 바꿔달고 경북에서 부산까지 경찰의 눈을 피해 이동했다. 또한 수출되기 전까지 양산 내륙컨테이너기지 인근에 주차해놓고 수출 차량인 것처럼 경찰의 눈을 속여왔다.

이번 사건으로 경찰에 의해 드러난 자동차 절도건수만 8대, 불법 수익으로 1700만원을 챙겼다. 대부분 차량은 아반떼와 마티즈 등 중고가 300~400만원 정도의 비싸지 않은 차량들이었다. 값비싼 차량은 수출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손쉽게 팔 수 있고 동아시아권에서 인기가 좋은 차종을 주대상으로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수출이 결정된 도난 차량은 국내 정비업소에서 완전 분해됐다. 수출업자인 키르키스탄인 H씨가 이 부분을 맡았다. 평소 수출차량을 수리해온 정비업소에 절도 차량의 분해를 의뢰했고 업체는 의심없이 차량을 분해해줬다. 이렇게 부품으로 분해된 차량은 부산항과 인근 무역항을 통해 부품으로 위장해 해외로 빠져나갔다.

경찰에 의하면 이렇게 빠져나간 차량은 현지에서 다시 조립돼 구매자의 손에 넘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도난차량이 불법으로 밀수출된다는 소문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절도 대상을 파악하고 이를 훔쳐 분해하고 부품상태로 수출해 해외에서 다시 조립해 판매하는 조직적 차량범죄가 드러난 것은 경찰의 끈질긴 추적과 노력 덕분이다.

한편, 경찰은 이와 유사한 사례로 추가 피해차량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여죄를 추궁하고 있다.

cgn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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