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사극하면 최수종…PD들이 ‘밝히는’ 이유 있었네
왕건·장보고 이어 이번엔 무열왕
KBS ‘대왕의 꿈’ 9월 첫방

마니아층 형성 흥행보증수표
열악한 제작현장 분위기 메이커
드라마 제작자들에 인기


아버지: 주몽 어머니가 누구냐?
장군: 김을동!
아버지: 왕건은?
장군: 최수종!
아버지: 대조영은?
장군: 그것도 최수…!!!! 이게 어떻게 된 거예요, 아버지???

[경주=한지숙 기자] 국민드라마 KBS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 순진무구한 무식함으로 ‘깨알 재미’를 주고 있는 ‘중 3’ 방장군(곽동연 분)이 역사 속 실재 인물과 배우를 혼동해 대답하는 에피소드에 나오는 대사다. 최수종의 사극 다작 출연은 올 초 KBS 개그콘서트의 ‘애정남’ 코너에 개그 소재로 등장하기도 했다. 최효종은 “대조영인지, 태조 왕건인지, 해신 장보고인지 시청자들이 너무 헷갈린다. 학생들이 발해를 건국한 사람을 최수종이라 쓴다”며 “사극 50년간 금지”라며, 최수종에게 사극 출연 금지령을 내려 시청자를 웃겼다.

초등학교 저학년 지능 수준인 방장군이 헷갈릴 만도 하다. 최수종은 ‘태종 왕건’(2000~2002년), ‘태양인 이제마’(2002년), ‘해신’(2004~2005년), ‘대조영’(2006~2007년) 등에서, 왕건 이제마 장보고 대조영 등의 인물로 시대를 넘나들며 변신해 왔다. 4편에 불과하지만 호흡이 긴 장편 정통사극에다 출연 분량도 길어, 시청자 뇌리엔 ‘KBS 사극 주연=최수종’이란 등식마저 자리 잡았다.

그런 최수종이 또 한 번 KBS 사극에서 주연을 맡았다. 그의 사극 출연은 ‘대조영’ 이후 5년 만이다. 이번엔 왕이다. 오는 9월 8일 첫 방송하는 80부작 KBS 대하드라마 ‘대왕의 꿈’에서 그는 통일신라를 창업한 건국의 시조 태종 무열왕 김춘추로 분한다.

제작진이 밝힌 ‘대왕의 꿈’은 ‘정치사극’을 지향한다. 김춘추 김유신 등 당시 정치지도자들의 리더십을 통해 2012년 대선 정국인 현재 대한민국에서 어떤 정치지도자가 필요한지를 보여준다는 게 기획 의도다.

“김춘추를 통해서 화합과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주고 싶습니다.” KBS 대하사극‘ 대왕의 꿈’에서 김춘추 역을 맡은 최수종은 시대가 요구하는 지도자상을 보여준다는 각오다.                                                                                               [사진제공=KBS]

최수종이 이런 대하사극에 또 출연하는 이유는 뭘까. 시청자에게 보이는 브라운관 이미지 외에 반드시 최수종이어야만 하는 이유들이 제작진 속내에는 분명 있다. 사극을 기획하는 제작진에게 최수종은 캐스팅 시 가장 먼저 떠올리는 카드다.

1년 가까운 촬영 기간, 궂은 날씨도 감수해야 하는 야외 촬영, 몸에 불편한 복장과 분장 등 사극은 여느 배우라면 손사래를 칠 열악한 여건에서 제작된다. 그런데도 최수종은 표정을 찌푸리는 일 없이 시종 밝은 모습으로 현장 분위기를 북돋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드라마에서 그의 회당 출연료는 2000만원 선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출연료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배우가 최수종이다. 제작진 한 관계자는 “최수종 출연 사극은 믿고 본다는 마니아층이 형성돼 있다”며 그가 흥행보증수표임을 이유로 내세웠다.

실제 전작들의 시청률이 이를 말해준다. ‘대조영’ ‘해신’은 종영 당시 전국 시청률 30%가 넘는 기록으로 동시간대 시청률 1위였다. ‘태양인 이제마’도 20%에 육박했고, ‘태조 왕건’은 최고 시청률 56.6%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대왕의 꿈’ 연출가인 신창석 PD를 비롯해 사극 연출가들이 최수종을 먼저 찾는 이유다.

최수종은 지난 14일 경북 경주의 한 식당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사극을 시작하면, ‘만날 쌍꺼풀지고 얼굴 동글동글한 사람이 사극을 하냐’고 말하는 분들이 많은데, 대본 보고 시놉시스를 보면 욕심이 생긴다. 남 주긴 아깝고, 제가 하기엔 힘들지만 그래도 욕심이 나서 한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그는 요즘 퓨전사극의 인기에 정통사극이 밀리는 것에 대해선 “글이 좋으면 성공한다고 생각한다. 우선 8부까지 봤는데 재밌다. 연기자들에겐 감이란 게 있다. 대본이 좋고, 왠지 모를 자신감이 있다”고 말했다. 최수종은 또 “드라마는 혼자 만드는 게 아니다. 어떤 누구와 작품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대하드라마는 마라톤을 뛰는 거와 같다. 많은 사람이 협력하면서 뛰는 것을 끝까지 지켜봐 달라”며 주연배우로서 책임감 있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jsha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