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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려한 디지털원주민의 서늘한 이면
‘디지털 원주민’의 삶은 도통 외로울 틈조차 없어 보인다. 언제 어디서나 접속 가능하며, 삽시간에 퍼지고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무한히 확장되는 네트워크. 하지만 네트워크 속에서도 외로움을 떨치긴 어렵다. 교류는 늘어나도 대화는 공허하며 속내까지 털어놓을 친구는 드물다.

셰리 터클 매사추세츠공대(MIT) 사회심리학 교수의 ‘외로워지는 사람들(이은주 옮김/청림출판)’은 화려한 네트워크 세계의 서늘한 이면을 밝히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컴퓨터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다. 그릇을 빚는 건 우리지만 그릇에 담기는 것은 우리의 삶이다. 그렇다면 컴퓨터는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꾸어놓았을까?

저자는 우선 네트워크 속에 존재하는 자아가 ‘참된 나’인지 의문을 던진다. 이를 테면 페이스북의 프로필은 실제와는 다른 자신을 ‘연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 정체성이란 “남들한테 자기가 어떻게 보일지를 고려해 문화적 자료들을 조합하는 행위”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또 네트워크의 위험성은 단순화에 있다. “생각이나 정보 교환이 작은 스크린에 맞도록 재구성되고 이모티콘으로 감정이 속기되는 경우, 단순화 작업은 필수적이다.” 감정이 축약될수록 타인은 기계처럼 대상화되기 쉽단 것이다. 그 빈자리를 채우는 것은 네트워크와 로봇과 같은 테크놀로지다. 하지만 테크놀로지에 의존할수록 외로움의 틈새는 더욱 넓어진다는 데 역설이 있다.

저자는 이 ‘멋진 신세계’에 드리워진 그늘을 찬찬히 돌이켜 볼 것을 권한다. 그렇다고 저자가 기술의 진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가 더 소중히 여기는 것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테크놀로지를 빚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기훈 기자/kih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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