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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형석의 상상력 사전> 기대고 싶은, 그러나 배타적인…인간의 이중성 거기 있었다
외계인
영화 속 포식자 혹은 인류 구원자로 등장…인간의 상상력 자극
미지의 존재를 통해 인간 스스로의 비틀린 욕망·콤플렉스 반영
‘프로메테우스’ ‘더씽’…인간의 존재감에 대한 성찰·불안감 표현


신은 죽었고, 외계인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 ‘프로메테우스’에서 외계인은 인간의 조물주다. 고도의 지능을 갖춘 외계의 생명체가 자신들의 DNA를 변형시켜 인간을 만들어냈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인류를 창조한 외계인들을 창조주(creator)라는 말 대신 ‘엔지니어’라고 표현한다.

세기의 천재나 스타들도 외계인이다. 앤디 워홀, 오노 요코, 마이클 잭슨, 레이디 가가, 대니 드 비토, 실베스터 스탤론, 조지 루커스, 스티븐 스필버그, 마사 스튜어트 등은 영화 ‘맨인블랙’시리즈의 1~3편에서 지구로 이주해 신분을 숨기고 숨어 사는 외계인이라고 언급되거나 등장한 인물들이다. 물론 3편에 등장하는 무시무시한 악당 보리스도 외계인이다.

할리우드 영화가 열광하는 존재 중 하나가 바로 외계인이다. 이들은 인류에게 적대적인가, 호의적인가와 고도의 지능을 소유했는가, 하등동물에 불과한가에 따라 몇 가지로 나뉜다. 스필버그 감독의 ‘E.T’에서 외계인은 인류에게 호의적이거나 평화지향적이면서 고도의 지능을 소유한 존재다. 

최근 외계인 영화가 국내 극장가에 잇따르고 있다. 극 중 미지의 외계에서 온 존재들은 역설적으로 인간사회와 욕망의 한 단면을 반영한다. 사진은 영화‘ 프로메테우스’의 한 장면이다.

반면 팀 버튼 감독의 ‘화성침공’에선 발달된 과학문명을 소유했지만 지구에 적대적이고 호전적인 종족으로 등장한다. 여배우 시거니 위버의 여전사 리플리 역할로 유명한 ‘에일리언’시리즈에서 끈적끈적한 체액이 뚝뚝 떨어지는 기괴한 모습의 외계인은 하등동물이지만 인간을 희생시키며 번식하는 매우 잔혹한 포식자다.

최근 개봉한 ‘프로메테우스’와 ‘더 씽’등 2편의 SF영화에서 외계인은 ‘괴물’로 모습을 드러낸다. ‘프로메테우스’는 인류의 기원을 찾아 떠난 우주 탐사선 대원들이 미지의 행성에 도착해 흉포한 외계 생명체와 만나 대결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더 씽’은 남극의 과학연구원들이 얼음 속에 묻혀 있던 외계 생명체를 발견한다. 이들 영화에서 인간과 외계인의 역사적인 ‘첫날밤’은 피와 살육ㆍ죽음의 굿판이 된다. 그렇다면 괴물은 무엇인가. 괴물을 뜻하는 영어 단어 ‘몬스터(monster)’는 자연의 질서를 거스른 결과로서, 생물학적 오류나 신의 분노에 대한 징표로서 ‘변종’ ‘기형’을 뜻하는 라틴어 ‘몬스트럼(monstrum)’에서 왔다. ‘몬스트럼’의 어원은 ‘보여주다’의 뜻을 갖는 동사 ‘몬스트로(monstro)’에서 왔거나 ‘경고하다’는 의미의 ‘모네오(moneo)’에서 왔다고 일컫는다.

괴물은 무엇을 보여주고, 무엇을 경고하는 존재인가. 인간을 위협하는 변종의 생물체인 괴물로서 외계인은 인류 스스로의 불안과 공포, 비틀린 욕망과 콤플렉스를 ‘보여주는’ 타자이자 그것이 몰고올 미래의 위험을 경고하는 신호다. 

이스터 섬의 모아이 석상을 닮은 영화 속 외계인 두상 조각.

현대인은 왜 외계인에 대해서 열광적인 호기심을 갖게 됐을까. 외계인은 어떻게 숭배와 공포의 대상이 됐을까. 인간은 자신이 이해할 수 없거나 설명 불가능한 현상에 맞닥뜨렸을 때, 상상 속의 존재를 발명함으로써 정서적이거나 이성적인 불편함(인지 부조화)을 해소하려는 경향이 있다. 인간의 뇌가 빚어낸 존재는 흔히 신이거나 괴물이다. 전지전능하고 초월적인 존재이거나 무지막지하고 흉측한 돌연변이다.

인간의 머릿속에서 창조해낸 존재인 만큼 ‘신’ 혹은 ‘괴물’로서의 외계인은 인간 욕망의 깨져 버린 거울상이거나 비틀린 집적체다. 신 혹은 괴물로 나타난 인간의 욕망이란 영생 혹은 불사의 꿈, 생명 창조의 바벨탑을 쌓겠다는 야욕, 다른 종을 향한 무자비한 살의다. 인류 서로간에 존재하는 불신과 우주의 유일자가 되겠다는 이기심이다.

니체와 애거서 크리스티의 상상력을 빌리자면, ‘신은 죽었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범인이 고립된 섬 안에 있었듯이, 괴물은 우리 안에 있다. 무수한 괴물영화와 외계인영화가 말한다.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속에서 스스로도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우리가 괴물의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본다면 그 심연 또한 우리를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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