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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느새 50세 스파이더맨…슈퍼 히어로엔 나이가 없다
1962년 美출판만화사 ‘마블코믹스’서 시작
거미에 물린후 ‘고교 왕따’서 히어로로 변신
고블린·닥터 옥토푸스 등 적들도 ‘이웃사촌’
프리랜서 기자로 재산은 달랑 0.5달러


“너에게 말해 줄 비밀이 있어. 나는…물렸어.”

“나도 그래. 사랑이 나를 물어버렸어.”

거미에 물려 초능력을 갖게 된 고교생 피터 파커(앤드루 가필드 분)는 사랑하는 여자친구 그웬(엠마 스톤 분)에게 어렵게 ‘고백’하려 하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힘겹게 말문을 열었지만, ‘프러포즈’를 받을 거라 김칫국부터 마신 여자친구 때문에 ‘스파이더맨’이 바로 자신임을 밝히려는 피터 파커의 입장은 더욱 난처해진다. 얼마나 입이 근질근질했을까. ‘여친’에게 얼마나 자랑하고 싶었을까. 자신이 왕따 고교생이 아니라 세상의 구원자, 스파이더맨임을 말이다. 오는 28일 개봉할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한 장면이다.

스파이더맨이 돌아왔다. 영화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4편째 신작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이 전편 개봉 5년 만에 팬들을 만난다. 감독도 바뀌고 배우도 바뀌었다. 그새 더욱 진보한 컴퓨터그래픽(CG) 기술에 힘입어 영화는 시리즈 최초로 3D로 제작됐다. 1~3편에서 말이 좋아 프리랜서, 사실상 저임금 비정규직 기자였던 스파이더맨은 4편에서 왕따였던 고교생 시절로 돌아간다.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받았던 문제투성이 소년은 어떻게 세상의 영웅이 됐을까. 1962년 출판만화 주인공으로 탄생해 올해로 지천명(知天命ㆍ50세)의 나이를 맞은 스파이더맨의 비밀을 추적했다. 


▶스파이더맨의 탄생= 스파이더맨은 수많은 슈퍼히어로들의 산실인 미국의 출판만화회사 ‘마블 코믹스’에서 태어났다. 스파이더맨은 1962년 8월 ‘어메이징 판타지(Amazing Fantasy)’ 마지막 호에 단역으로 데뷔했다가 인기를 얻는다. 1963년 3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Amazing Spider-Man) #1’으로 주역을 맡게 된 스파이더맨은 이후 신문 연재와 동시에 TV 영화, 애니메이션 시리즈로도 제작됐다. 영화화에 대한 이야기는 1985년부터 오갔지만 판권을 둘러싼 오랜 법정 공방으로 지지부진했다. 제임스 카메론, 워쇼스키 형제 등 많은 감독들이 물망에 올랐다가 2000년 1월까지 가서야 샘 레이미 감독으로 결정, 2002년에야 첫 시리즈가 개봉됐다.

▶히어로물이자 성장드라마= 스파이더맨은 슈퍼히어로이기 전에 10대 청소년이다. 피터 파커는 부모 없이 숙모 슬하에서 자라 부실한 몸에 성격까지 소심하다. 학교에서 얻어터지기 일쑤다. 전지전능한 ‘아저씨’ 슈퍼히어로들이 득세하는 세상에서 ‘일상 생활에서 문제를 겪는 불완전한 10대 슈퍼히어로’라는 개념은 신선했다. 이러한 개념은 헐크, 엑스맨 등 새로운 유형의 슈퍼히어로의 등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 사랑에 대해, 학업과 진로에 대해, 취직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며 내적으로 성장해 나가는 피터 파커의 모습에서 10대 독자들은 슈퍼히어로와 동질감을 느꼈다. 출판만화로 스파이더맨을 처음 만난 미국 팬들이 TV 애니메이션을 보며 성장하고 성인이 돼 자녀들과 함께 극장을 찾아 열광하는 이유다.

▶스파이더맨의 능력= 우연히 생물학 연구소를 방문한 파커는 거미에게 물려 초능력을 얻게 돼 스파이더맨으로 거듭난다. 스파이더맨은 20t 이상의 물체를 들 수 있는 강한 힘과 30피트(10m가량) 높이까지 뛸 수 있는 도약력을 가지고 있다. 초기엔 거미줄을 쏠 수 있는 능력이 없어서 ‘웹슈터’라는 발사기를 이용하지만(이는 곧 개봉되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후 한 번 죽었다 되살아난 뒤 체내에서 거미줄을 직접 생산하는 능력을 얻게 된다. 거미처럼 어떤 매끄러운 표면에도 붙을 수 있다. 그러나 방어력은 의외로 시원치 않아 영화 속에서 자주 다치는 모습을 보여준다. 
 

▶스파이더맨의 적들은 누구?= 스파이더맨의 적들은 선악의 구분이 모호하며 자신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사람들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1편에 등장하는 ‘그린 고블린’은 피터의 친한 친구 해리의 아버지로 군수산업체 사장이다. 2편에 등장하는 ‘닥터 옥토푸스’는 핵융합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실험에 실패해 탄생한 비운의 과학자다. 역시 3편에 처음으로 등장한 ‘샌드맨’은 강도를 하다 피터의 삼촌을 죽인 범죄자로 감옥에 갇힌 후 탈옥하려다 방사능에 노출되는 바람에 모래로 변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 악당이다. ‘고블린 주니어’는 피터의 친구인 해리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악당 ‘리저드맨’ 역시 피터 아버지의 동료로 피터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영화는 슈피히어로로서 위험에 빠진 사람들을 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잘 맺는 것도 세상살이에 중요하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스파이더맨의 재산은 얼마?= ‘스파이더맨’ 1~3편은 총 25억달러(한화 약 2조9000억원)의 세계 수입을 올린 대형 흥행작이다. 그러나 주인공 피터 파커의 삶은 궁핍하다. 2008년 영국의 영화전문 잡지 엠파이어(Empire)가 발표한 ‘슈퍼히어로 재산순위(Superhero Rich List)’에 따르면 스파이더맨의 재산은 0.5달러(14일 현재 한화 583원)에 과자 한 봉지가 전부다. 고등학교 졸업 후 프리랜서 기자로 일하며 대학 등록금을 벌고 있지만 늘 생활이 쪼들린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서도 파커가 직접 옷감을 구해다 바느질해 ‘쫄쫄이’를 만드는 궁상맞은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쯤 되면 ‘생계형 히어로’라 할 만하다. 그렇다면 어떤 슈퍼히어로가 가장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을까? 답은 ‘아이언맨’의 토니 스타크다. 엠파이어에 따르면 그의 재산은 약 1000억달러(약 116조6000억원)로 추정된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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