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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수담임제가 교사 갈등 부추긴다”
제도 시행 한 학기, 부작용↑ㆍ학폭 예방 효과↓

[헤럴드경제=박영훈ㆍ박수진 기자] 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복수담임제를 운영하고 있는 서울 A중학교. 이 학교에서 최근 왕따 문제가 불거졌다. 담임교사가 2명이나 배치된지 3달이 지났지만 이 문제를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 원인은 기간제교사인 제2담임과 정담임인 제1담임 사이의 갈등 때문. 정담임 교사는 기간제 교사에게 ‘내가 요청할 때만 담임 업무를 하라’고 요구 했고 기간제 교사는 그동안 담임업무를 거의 수행하지 않았다. 학교 측은 이같은 사실을 왕따 문제가 불거진 이후에야 알게 됐다.

정부가 학교폭력대책의 일환으로 지난 2월 내놓은 복수담임제도가 시행된지 세달 여가 지났지만 학교 현장에 정착하지 못한 채 되레 교사 간의 갈등을 부추기는 등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교과부는 복수담임제 등 여러 학교폭력예방정책과 관련한 공모전을 통해 일선 학교를 대상으로 우수 사례를 찾고 있지만 현장에선 교사들의 규탄이 이어지는 등 교육당국과 학교 현장 간의 ‘불협화음’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8일 오후 서울시교육청 학교보건진흥원 강당에서 열린 ‘서울시교육청 교원모니터단 1차 정책토론회’에서는 복수담임제에 대한 교사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초ㆍ중ㆍ고교 교사 55명으로 구성된 서울시교육청 교원모니터단은 지난 5월14-22일까지 각 학교의 복수담임제 실상에 대한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이날 첫 공식 토론회를 개최했다.

서울 B중학교에서 2학년 부담임을 맡고 있는 한 부장 교사는 “똑같이 담임수당을 받으면서 복수 담임 간 업무량의 차이 때문에 마찰이 심하다”며 “교사 간 교육관이 다를 경우 업무 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갈등의 골만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부장 및 기간제교사가 주로 부담임을 맡고 있다는 서울 C중학교의 한 교사는 “부장은 교무업무 관계로 담임업무에 소홀하고 기간제교사나 강사는 소속감이 부족해 학생지도에 소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자율적으로 복수담임제를 시행하고 있는 초ㆍ고교의 경우 일명 ‘낙인찍기’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었다.

서울 D초등학교 부장 교사는 “복수담임이 지정된 반의 겨우 담임 교사가 자신의 능력이 부족해 지정됐다는 생각 때문에 의욕이 저하되는 부작용이 있다. 또 학부모는 자녀의 학급이 복수담임을 실시할 경우 ‘우리 애가 문제아 반에 있는 것이냐’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학교폭력 문제 진화에 급급해 구체적인 계획 없이 제도를 시행한 교과부에 대한 규탄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복수담임제 시행 전 교과부 모니터링단 회의에 참석했었다는 B중학교 부장교사는 “교사들의 반대가 심했다. 시간을 두고 준비해야한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결국 지난 3월 학기부터 시행이 되면서 문제가 커졌다”고 말했다. 서울 E초등학교 교사는 “학교폭력 감소효과도 미미하다. 일반 담임제와 차이가 없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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