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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절전 위해 정부가 만든 쿨비즈가 89만원?
[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정부가 여름철 에너지 절약을 위해 쿨비즈 대중화를 내걸고 ‘휘들옷’을 선보였지만 가격이 수십만원을 호가하면서 ‘전시행정’이란 비난이 일고 있다. 최고 89만원에 달하는 재킷 등 ‘전혀 대중적이지 않는 가격’으로 대중화를 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식경제부(이하 지경부)는 지난 5월말 패션업계와 손잡고 패션브랜드 ‘휘들옷’을 선보였다. ‘휘들옷’은 쿨비즈의 우리말 순화어로 ‘휘몰아치는 들판에서 부는 시원한 바람같은 옷’이란 뜻이다. 첨단소재를 사용해 일반의류 보다 체온을 2~3도 낮출수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품평회를 거쳐 코오롱인더스트리(캠브리지멤버스), 동광인터내셔날(스위트 숲), 카루소(장광효), 한국니트산업연구원(한지로 쿨),한국패션산업연구원(KRIFI) 등 6개 업체가 선정됐다. 이들 업체는 ‘휘들옷’을 공동브랜드로 원피스, 블라우스 등 여성복과 셔츠, 바지, 재킷 등 총 40여 종의 의류를 선보였다. 지난 5일 국무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 국무희원들이 직접 ‘휘들옷’을 입는 등 정부도 대국민 홍보에 팔을 걷어부치고 나섰다.

문제는 가격이다. ‘휘들옷’ 재킷 가격은 최고 89만원에 달한다. 가장 저렴한 것이 14만8000원이고 평균 재킷 가격은 60만원선이었다. 바지와 셔츠 가격도 만만치 않다. 바지는 8만9000원~25만5000원, 셔츠 역시 4만원~7만8000원 선이었다. 여성용의 경우 블라우스 6만9000원~9만9000원, 바지 9만9000원, 원피스 13만9000원이다.

또 일부 셔츠를 제외한 제품 대부분이 첨단소재와는 거리가 멀다. 대부분 마와 면을 주축으로 폴리에스테르, 실크 등이 혼방된 소재였다. 89만원짜리 재킷의 경우 소재는 울 70%, 모헤어 30%였다. 이 재킷을 만든 코오롱인더스트리 관계자는 “영국에서 직수입한 원단을 사용했기 때문에 가격이 비싼 것”이라면서 “이외 제품의 경우 자체브랜드 및 시판되는 여타 브랜드 제품과 가격대가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특별히 비싼 게 아니다”고 말했다.

다른 업체들도 가격에 대해선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반응이다. ‘휘들옷’을 출시한 A 업체 관계자는 “정부도 ‘휘들옷 ’가격에 대해 이미 알고 있지만 아무말 안했다”면서 “옷을 시판하기 전에 6개 업체가 지식경제부에 모여 평가받는 자리가 있었다. 그때 디자인과 소재, 가격 정보까지 모두 공개했지만 아무 문제 없었다”고 전했다.

‘휘들옷’ 판매가 지방자치단체와 정부 산하 기관을 중심으로 단체주문 형식으로 판매되면서 정부 기관들이 ‘성과 챙겨주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아냥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주홍 녹색소비자연대 사무총장 “ ‘휘들옷’은 전형적인 전시행정이고, 관(官)이 중심이 된 쇼”라면서 “대중화를 외치면서 대중들을 위한 가격적인 고려는 전혀되지 않았다. 취지는 좋지만 방향이 잘못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hhj6386@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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