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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사람> “엘란트라도 해외 가면 愛馬 되죠”
‘자동차 해외 입양 전문가’ 한지영 SK엔카 팀장
내구성 높은 한국車 해외서 인기
중고차 새 인생 스토리 부여 보람


“한국에선 소용없는 중고차라고 해도 전 세계 누군가에겐 그 무엇보다 소중한 ‘애마(愛馬)’가 될 수 있습니다.”

중고차 전문기업 SK엔카에서 근무하는 한지영(36) 오토위니 팀장은 사내에서 ‘자동차 해외입양 전문가’로 통한다. 그는 이를 ‘제3의 인생’이라 표현했다. 신차와 중고차로 1막과 2막을 열었다면, 이제 해외에서 중고차가 ‘제3의 인생’을 시작한다는 의미다.

한국의 향수를 간직한 채 모랫바람을 뚫고, 눈보라를 헤치며 새로운 삶을 시작한 중고차가 현지에서 또다시 주인이 바뀌는 일도 비일비재. ‘제4의 인생’까지 사는 셈이니 그야말로 한 편의 소설과 같은 자동차의 삶이다. 한지영 팀장. 이름으로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여성이다. 중고차 수출 여성 전문가. 한 팀장이 원래부터 자동차에 관심이 많았던 건 아니다. 아니, 전혀 몰랐다는 게 오히려 가깝다.

그는 “대학시절 우연히 SK 신규사업이라는 말만 듣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며 “자동차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는데, 이제는 지인의 자동차 상담을 도맡아 하고 있으니 놀라운 변신을 겪은 셈”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가 중고차 수출을 담당한 건 2006년부터다. 사업차 수많은 나라를 방문했지만 특히 기억에 남는 나라로 아제르바이젠을 꼽았다. 지금은 자원외교와 대통령 방문 등으로 널리 이름이 알려졌지만, 2000년대 중반만 해도 한 팀장으로 한국인을 처음 접한 현지인이 대다수였다고 한다.

한 팀장은 “중고차 판매 때문에 방문했는데, 통신사업을 제안하거나 유전 개발에 투자하라는 말까지 들었다”며 “마치 한국 장관이 방문한 것 같은 분위기였다”고 회상했다. 그 밖에 조지아(옛 그루지야), 러시아, 베트남, 라오스, 페루 등 한국 중고차 수요가 있는 곳이라면 어김없이 한 팀장은 직접 비행기에 올라탔다.

“베트남에선 한류 영향으로 한국 차 인기가 무척 높습니다. 모닝 중고차가 현지에서 한화로 1500만원가량에 팔려요. 한국보다 훨씬 비싸게 팔리는 셈이죠.”

페루에선 국내에서 택시로 사용된 쏘나타 LPG 모델이 인기품목이다. 페루의 LPG 가격이 워낙 저렴하고, 한국 차가 내구성이 좋다는 인식이 널리 퍼졌기 때문이다. 한 팀장은 “엘란트라도 개발도상국 등에 수출되면 소중히 다루는 차가 된다”며 “자동차의 새로운 ‘인생 스토리’를 보는 건 참 보람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한 팀장은 이제 중고차 수출을 넘어 중장비부품 등 다양한 상품을 해외에 알리는 신규사업을 담당한다. 한 팀장은 “더 많은 중소업체가 좀더 쉽게 해외에 상품을 홍보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사명이자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상수 기자/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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