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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극사실주의와 추상의 경계, 김호석 수묵화전
[헤럴드경제=신진련 기자] 전시장의 그림을 둘러보던 한 어르신은 끝내 가방 속 돋보기를 꺼냈다. “어머나, 이 머리카락 좀 봐. 정말 살아있는 것 같네!” 연신 감탄하면서.

수묵 인물화의 대가 김호석 화백의 초대전 ‘웃다’가 관훈동 공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리고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 오는 작품은 ‘성모’. 뽀글뽀글 파마머리 할머니가 빨래를 널고 있는 모습을 포착한 것인데 양팔을 들고 있는 모습이영락없이 십자가에 걸린 예수다. 아마도 화백의 노모이리라. 이러한 추측은 전시장을 몇 발짝만 옮기고 나면 확신이 된다. 다정하게 귀지를 파주는 노부부의 모습을 그린 ‘생’이라는 작품 속에서 ‘성모’의 앞모습이 공개되기 때문이다.

법정 스님과 성철 스님의 초상화는 극사실주의와 추상주의가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는 느낌이다. 유려한 필치 하나로 그려낸 승려복엔 단순함과 여백의 미가, 주름 하나하나까지 세밀하게 묘사된 스님의 얼굴에는 극사실주의의 치밀함이 엿보인다. 절묘한 선택과 집중이다.

‘성모’와 ‘하늘에 눕다’란 작품이 전시회장 앞에 걸려 있다.

지관스님의 쓸쓸한 뒷모습 초상을 보면 승려복 사이로 언뜻 보이는 스님의 손으로 자연스럽게 눈길이 간다. 염주를 굴리는 손이 스님의 착잡한 심정을 그대로 대변하는 듯하다.

이번 전시는 김호석 화백의 5년 만의 개인전으로 30여 점의 신작을 감상할 수 있다. ‘웃다’란 전시 제목은 작가의힘들었던 작품활동 기간을 특유의 반어적 어법으로 표현한 것이다. 김 화백은 “웃음은 엄청난 것을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무위화 시키는 마력을 지니고 있는데 그것을 그리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전시는 5일까지 관훈동 공아트스페이스(02-730-1144).

shins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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