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만명으로 10년새 91% 급증
독립능력 결여·손자녀 돌보기…
고령 불구 자녀 부양까지 떠맡아
“자식농사는 끝도 없나….”
주린 배를 찬물로 채우며 안간힘을 다해 자식을 교육하고 한국 산업발전의 주역으로 활동하다 은퇴해 60~70의 고령이 된 우리 부모들은 우울하다. 평생 국가와 ‘토끼’ 같은 자식을 위해 일했지만 노후는 불안하고 ‘코끼리’ 같은 자식들은 여전히 입을 벌리고 있다. ‘스스로 설’(이립ㆍ而立ㆍ30세)을 지나 지천명(50세)에 가까운 자녀들은 여전히 부모들의 보호막을 필요로 한다. “일찍 결혼해서 자식을 낳으면 노년이 편안하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다. 바야흐로 ‘부모가 자녀를 부양하는 시대’다.
1일 서울시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10년까지 10년간 서울에서 가구주인 부모와 동거하는 30, 40대 자녀는 배 가까이 증가했다. 부모와 동거하는 30, 40대(30~49세) 자녀는 2000년 25만3244명에서 2010년 48만4663명으로 91.4%(23만1419명) 늘었다. 30, 40대의 14.7%가 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것이다.
부모와 함께 사는 이들이 부모를 부양한다면 문제가 없다. 그러나 이들이 부모와 한 울타리에서 지내는 것은 부모를 봉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보호막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란 사실 앞에서 부모의 눈시울은 뜨겁다.
조사에 따르면 나이든 자식과 함께 사는 부모들은 자식과 동거하는 이유로 ▷‘자녀가 경제적 이유 등으로 독립생활이 불가능해서’(29.0%) ▷‘손자녀 양육 등 자녀의 가사를 돕기 위해서’(10.5%)라고 답했다. 이는 전체 응답 중 39.5%로 ‘경제ㆍ건강의 이유로 본인의 독립생활이 불가능해서‘(32.3%)보다 7.2%포인트나 많은 것이다. ‘부모봉양’보다 ‘자녀부양’이 동거이유로 더 많다는 사실이 입증된 셈이다.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해 향후 자녀와 함께 살고 싶다는 60세 이상 노인 비중은 2005년 49.3%에서 2011년 29.2%로, 6년 새 20.1%포인트나 감소했다.
부모에게 의존해 생활하는 인구 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자 사회적으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청년취업 지원에 적극 나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경제 불안과 고물가, 주택 마련 등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황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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