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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버스토리> “3단콤보 악수경연 대략 난감…의원전용 레드카펫도 왠지 낯설어”
강석훈 새누리당 초선의원…좌충우돌 국회 첫 출근기
‘눈맞춤-악수-안부인사’가 자동반사
본청엔 의원만 타는 엘리베이터
곳곳에 넘쳐나는 금배지 권위

“네트워크 만들라” 3選은 말하는데
다짜고짜 “친구하자” 덤빌수도 없고…
초연·풋풋함의 미덕 잊지 말아야지


19대 국회는 초선 의원만 148명에 달한다. 300명 정원의 절반 수준이다. 수적으로는 우세지만, 서열상 초선은 신입사원이다. 제아무리 뛰어난 경력을 갖춘 인물도 ‘선수(選數)가 벼슬’인 국회에서는 막내다. 그러니 초선은 ‘신입의 겸손’을 갖춰야 눈 밖에 안 난다. 국회 선후배 서열에서는 밀릴지언정, 초선은 국민 눈높이와 가장 근접해 있다. 국민이 바라보는 해머와 최루탄이 출몰하는 ‘폭력국회’와 초선의 눈으로 바라본 국회의 풍경은 유사하다. 초선 의원들에게 대한민국 국회 변화의 기폭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투영되는 이유다. 경제학자 출신으로 정계에 갓 입문한 강석훈 새누리당 초선 의원의 눈으로 국회의 낯설고도 묵직한 풍경을 그려봤다. 200여개의 금배지 특권에 물들기 전 초연함과 풋풋함은 초선에게 엿볼 수 있는 건강한 미덕이다. (강석훈 의원 인터뷰 내용을 버무려, 그의 국회 첫 출근기를 1인칭 화자로 재구성해봤다.)

▶D-1. 기대, 설렘, 두려움

국회 임기 시작 2시간 전. 기대와 설렘, 그리고 두려움이 공존한 자유인으로서 마지막 날을 즐기기 위해 ‘소맥(소주와 맥주 섞은 폭탄주)’을 걸친다. 이제 잠시 내려놓아야 할 자유를 생각하며 한 잔, 교수와 국회의원 사이의 아노미 현상을 하루빨리 떨쳐내야지 또 한 잔.

▶D-day. 금배지가 뭐기에

드디어 19대 국회의원 임기 첫날(5월 30일). 아침에 눈을 뜬 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초심을 잃지 말자’. 정치도 ‘사회에서 받은 게 많은 몸이라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그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4년 뒤에도 기억할 수 있을까. 매일 눈뜨면 초심을 다지자, 다지자.

첫 출근인데 “금배지를 달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아내가 청하고, 금배지 단 모습 보시겠다고 어머님도 일찌감치 일어나셨다. 금배지가 가문의 영광이라더니 아, 그 말이 맞구나. 1982년 대학 입학 후에도 딱 하루 달고 집어던진 배지를 양복 깃에 달면서 온갖 생각이 교차한다. 16년차 교수에서 1년차 신입으로 강등된 첫날. “국회의원 왜 해요?” 했던 아이들도 “강 의원님, 파이팅!” 하며 첫 출근하는 아빠를 격려해주고. 그래, 앞으로 ‘우리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정치인’만 돼도 절반의 성공이다.
16년 교수직을 버리고 1년차 새내기 국회의원이 된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 임기 첫 날 금배지를 달아주며 “당신이 자랑스럽다”는 아내의 말에 가슴이 뭉클했다고 한다. 강 의원은 ‘국회의원 권위는 배지가 아니라 말의 깊이와 행동이 더 중요하다’는 게 평소 지론이라고 했다.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조찬모임으로 하루를 여는 국회의원 24시

국회의원의 일과는 조찬모임으로 시작해, 만찬모임으로 끝나는 것 같다. 무슨 모임이 그렇게 많은지. 경이로울 정도다. 지역 주민부터 정치인, 일반 국민까지 사람 만나다 하루가 다 간다.

임기 첫날도 조찬모임과 함께다. 주제는 ‘경제력 집중 문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 내가 한국 경제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로 꼽는 ‘경제력 집중 해소법’을 고심하는 자리다. 생각보다 간단치 않다. 경제력 집중 해소는 헌법 119조 2항에 명시된 경제민주화의 가치와 상통한다. 대기업, 일부 계층에 집중된 경제력과 그로부터 비롯된 폐해를 막기 위한 방법을 논의한다. 시장경제의 폐해를 막기 위한 경제민주화의 실현은 새누리당의 지향점. 성장과 분배 간 균형, 지속 가능한 복지(일하는 복지) 실현도 19대 국회의 최대 관심사다. 해결하기 힘든, 머리 아픈 과제들이다.

▶관례, 금배지 특권의 또 다른 이름

오전 9시 국회 입성. 국회의원이 되니 국회의사당 정문으로 들어올 수 있어서 좋다. 교수 시절에는 뒷문으로 들어와서 이름, 휴대전화번호 쓰고 방문증을 끊었는데 이젠 그럴 필요 없다. 엄격하게 굴던 국회 경비원이 “의원님이시죠? 정문으로 그냥 들어가시면 됩니다.” 상냥하게 웃으며 에스코트까지 해주니 ‘내가 의원이 되긴 했구나’ 싶다.

본회의장 앞. 6월 5일 정식으로 입성할 본회의장에서 박수나 환호는 금지다. ‘관례’기 때문에. 지난번 국회 OT(오리엔테이션) 때 본회의장 사진을 찍어서 페북에 올려볼까 싶었지만, 무시무시한 ‘관례’에 걸릴까 봐 생각을 접었다. 이곳에서 법안 동의ㆍ반대 버튼을 누를 때마다 ‘내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게 될까’ 생각하면 만감이 교차한다. 인터뷰마다 “당론과 다를 때 어떻게 하실 건가요?”라는 질문에 “개인 양심에 따르겠다”고 답했는데, 이 또한 지킬 수 있을까. 짧은 순간에도 많은 생각이 든다.

본회의장 밖에도 금배지의 권위는 넘쳐난다. 국회 본청에는 의원 전용 엘리베이터가 따로 있다. 한때 특권이라고 없앴다가, 인파가 몰릴 땐 의원들 출석시간까지 늦어진다고 부활시켰다고 한다. 걸어가면 1분도 안 걸리는 거리인데, 도대체 왜? 앞으로 저 엘리베이터 탈 일은 없을 것 같다. 본청 레드카펫도 의원만 밟게 돼 있고 나머지는 옆길로 걷는 게 관례라는데, 이 또한 불필요한 권위주의 아닌가.

▶물 만난 물고기 떼처럼 ‘악수 경연’ 펼쳐라

오후 3시. 200여명의 여야 의원이 모이는 자리. 학계에서 볼 수 없는 정치인 특유의 독특한 문화가 있다. 의원들이 만나면 마치 고기 떼가 물 만난 것처럼 악수 경연을 펼친다. ‘대략난감’이다.

1단계 눈맞춤, 2단계 악수, 3단계 안부 한 마디. 3단 콤보가 자동 반사적으로 튀어나와야 진정한 정치인이라나. 솔직히 얼굴 보고, 손잡고, 인사까지 한꺼번에 하려면 정신이 하나도 없다. 그런데 인사하는 것만 봐도 초선 티 팍팍 나는 건 아닌지….

옆에 앉은 3선 의원이 “네트워킹을 만들라”고 국회 적응 노하우까지 전수해준다. 경제학자 출신이니 정책에 집중하되, 정치력도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다짜고짜 “저랑 친구 하실래요? 하는 것도 애매하지 않나. 초선의 고달픔이다. 그나마 고등학교 동창(서라벌고)인 정병국, 전하진 의원과 위스콘신 동문 유승민, 안종범 의원 등이 ‘국친(국회친구)’ 라인이다. 국회의원은 조정과 화합을 매개로 일을 한다. 법안 발의할 때도 10명 의원 서명이 있어야 가능하지 않나. 맥을 잘 챙겨야 정치할 수 있다더니, 이제 제대로 실감 난다. 어딜 가든 항상 스피치를 시키는 것도 난감하다. 신입사원들이 분위기메이커가 되듯, 국회도 초선이 그 역할을 담당하는 모양이다. 모범스피치 답안이라도 하나 만들어야 하나 싶다.

▶초선, 정치 변화의 밀알이 되겠다

오후 7시. 4년간 한식구로 지낼 보좌진과 술자리다. “잘 부탁합니다.” 인사말과 함께 술 한잔을 기울인다. 짧은 며칠 동안 터득한 국회 적응 노하우 1번 ‘잘 모르는 것은 경험 많은 보좌진에게 물어보자’, 2번 ‘겸손한 태도로 대하면 사람들이 싫어하지 않는다’. 정치인되기 매뉴얼 A부터 Z까지 귀담아들은 뒤 19대 국회에서의 포부와 함께 길었던 첫날을 접는다. 우리 아이들한테 부끄럽지 않도록. 국회의원의 강화된 위상에 걸맞은 역할을 하도록. 보다 큰 꿈으로는 우리나라 정치 변화의 작은 밀알이 됐으면…. 뭐 뻔하지만 중요한 얘기들.

가장 중요한, 정치를 하는 이유도 잊지 말아야지. 대한민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계층 간 격차 확대보다 고착화다. 그게 바로 우리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 요인이다. 키워드는 희망과 기회. 국민께 오늘보다 내일이, 나보다는 내 자식이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과 기회를 주는 정책이나 법안을 발의해보고 싶다. 나 꿈 많은 초짜 초선 의원, 앞으로 국회생활 잘할 수 있을까?


-강석훈 의원은? 새누리당이 표방하는 경제민주화 실현의 선봉에 선 경제학자다. 유승민 의원, 안종범 당선자와 더불어 이른바 ‘근혜노믹스’를 이끌어갈 인물로도 꼽힌다. 경제학자로 이름을 날리다, 서울 서초을에 공천받고 출마해 당선됐다. 선하게 웃는 인상에 진솔한 언변이 특징이다. 현재 국회의원과 교수 사이에 아노미 현상을 겪고 있다는 그는 ‘정치인도 사회에 기여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의 변화를 이끌고 싶다고 했다. 포부는 19대 국회 ‘변화의 아이콘’.

▷1964년 8월 15일 경북 봉화 출생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미국 위스콘신대 메디슨교대학원 경제학 박사 ▷대우경제연구소 금융팀장 ▷성신여대 사회과학대학 교수 ▷기획예산처 기금평가위원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위원 ▷고용노동부 정책평가위원 ▷19대 국회의원(서울 서초을)

<조민선 기자>
/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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