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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금융기관에만 귀 여는 政 · 靑
골드만삭스, JP모간, 씨티그룹. 5월 31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 초청된 민간 경제전문가의 소속사다. 모두 미국계 투자은행(IB)의 한국지사(점)들이다. 주제가 ‘유럽 재정위기’다 보니 해외사정에 좀 더 밝을 듯한 외국계를 불렀고, 국내에서는 국책금융기관을 참여시켰다는 게 청와대 측 입장이다. 그럴 수도 있지만, 사실 외국계 일색의 민간전문가 초청은 상당히 오래된 관행이다. 유럽 이슈라 유럽계 IB를 불렀다고 하면 그나마 이해가 쉬운데, 그것도 아니다.

해외가 아니라 국내 이슈가 중심일 때도 초청되는 것은 늘 외국계였다. 문제는 청와대나 정부의 정책방향이 이들 민간기업에만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이다. 공적으로는 아니더라도, 사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한 얘기다. 경제관료들은 주요 경제정책을 입안할 때도 주로 외국계에 자문을 구하는 게 보통이다. 눈치있는 전문가라면 정책방향에 대해 먼저 감을 잡을 수 있는 구조다.

익명의 금융시장 관계자는 “외국계 전문가들이 ’어제 높은 분 누구를 만났다’고 하면 시장에서 입김이 확 달라진다. 이는 곧 이들의 몸값으로 이어진다. 이들이 베테랑이기도 하지만 요즘엔 국내 전문가도 실력이나 정보면에서 큰 차이는 없는데, 때론 역차별 받는 느낌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장 관계자는 “국내 금융기관 전문가가 고위관료를 만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반면 외국계 전문가들은 고위관료와 접촉한 정보를 본사에 보고하고, 이는 그 회사의 영업이나 투자전략에 반영되는 게 보통이다. 게다가 고위관료들 자제들이 외국계 금융기관 인턴 등으로 취업이 잘 된다는 것은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고 귀띔했다.

금융에서 정보는 곧 생명이다. 최근 몇 년 새 금융시장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번 것은 외국인이다. 지난해 초 한국은행에서 발행된 ‘경제분석’의 한 논문에서도 외국계 딜러의 외환시장 영향력이 국내 딜러의 3배라는 지적이 있었다. 외국계가 국내에서 취득한 정보는 국내에서는 아니더라도, 해외 본사에서 국내 금융시장에 투자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국내와 해외의 창구가 다르니 꼭 짚어 뭐라 하기도 어렵다.

외국계가 좀 더 많은 해외정보를 갖고 있을 수는 있다. 설령 그렇다 해도 한국지사(점)가 본사의 핵심 정보까지 가졌을 리도 없고, 설령 가졌더라도 이를 정부에 노출할 리도 없다. 정부 수뇌부가 이들의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인다면 자칫 정보 유출이나 정책 쏠림 같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청와대 회의 참석자들의 최근 견해를 보면 골드만삭스는 수출을 통한 경제성장을, JP모간은 유통업체 단속을 통한 물가안정을 주장하고 있다. 보통 민간은 정부정책에 비판적인 경우가 많은데, 이들의 주장은 현 정부의 정책과 상당히 닮았다는 게 의미심장하다. 미국이나 일본 정부가 한국경제 관련 정책방향을 논의하면서 한국 금융기관에 자문을 구했다는 얘기는 아직 들어 보지 못했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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