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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상에 ‘절대악’은 없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위키드’ 내한공연 프리뷰…블록버스터급 볼거리뒤 두 마녀가 남긴 철학적 메시지
두 미녀배우…압도적 열연
화려한 의상…감동의 음악
美 성공신화…한국서 바통


영화나 소설에서 초록색 피부를 가진 주인공은 종종 선과 악의 경계선, 혹은 악 쪽에 조금 더 가까운 지점에 놓이곤 한다. 그 중심이 선한 쪽으로 좀 더 기운 게 애니메이션 ‘슈렉’과 뮤지컬 ‘위키드(Wicked)’다. L. 프랭크 바움(L. Frank Baum)의 소설 ‘오즈의 마법사’의 줄거리를 절반은 빚진 뮤지컬 ‘위키드’도 원작의 도로시의 귀환을 방해하는 나쁜 마녀에서 관객들의 동정과 연민을 일으키는 캐릭터로 옮겨왔다.

원작소설이 도로시의 입장에서 그려졌다면, ‘위키드’는 어쩔 수 없이 그런 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던 초록마녀의 모습에 초점이 맞춰진다. 기존의 ‘오즈의 마법사’를 다른 관점으로 접근한 뮤지컬 ‘위키드’가 31일부터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성대한 막을 올린다. 우리가 알고 있는 ‘오즈의 마법사’ 이야기를 뒤집어버린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소설 ‘위키드’를 바탕으로 만든 뮤지컬 ‘위키드’는 지난 2003년 10월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이후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블록버스터 뮤지컬. 뮤지컬 ‘위키드’는 화려한 무대장치와 의상, 아름다운 음악과 오케스트라의 연주, 배우들의 실감 나는 열연이 돋보이는 종합선물세트다.


뮤지컬 ‘위키드’의 두 주인공은 초록색 서쪽마녀 ‘엘파바(Elphaba)’와 금발의 동쪽마녀 ‘글린다(Glinda)’다. 두 사람은 ‘오즈의 마법사’ 주인공 도로시가 오즈에 사고로 오기 전부터 이미 친구로 지내던 사이다. 엘파바와 글린다는 학창 시절 룸메이트다. 글린다는 자신을 아름답게 치장하길 원하고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받아야만 하는 공주병 가득한 인물. 반면 엘파바는 불 같은 성격과 초록색 피부를 가졌다는 이유로 다른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고 차별대우를 받는다. 하지만 실제로는 열정적이고 현명하며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의협심 강한 마녀다.

오즈의 환상적인 세계를 다룬 뮤지컬‘ 위키드’는 멋진 무대세트와 함께 의상 역시 350여벌에 이른다. 사진은 위키드 공연의 한 장면. 오른쪽이 초록색 서쪽마녀 엘파바(Elphaba)를 연기한 제마 릭스(Jemma Rix), 왼쪽이 금발의 동쪽마녀 글린다(Glinda)를 연기한 수지 매더스(Suzie Mathers)다.                                                                                  [사진제공=설앤컴퍼니]

뮤지컬 위키드는 초록마녀 엘파바가 어떻게 오해를 받아 나쁜 마녀로 인식되게 됐는지 보여주고 있다. 많은 이들의 인기를 독차지하던 금발마녀 글린다 역시 언제까지나 좋은 마녀는 아니었다. 두 헤로인 엘파바와 글린다를 연기하는 배우는 제마 릭스(Jemma Rix)와 수지 매더스(Suzie Mathers)다. 제마 릭스는 800번 넘게 초록마녀를 연기했고 호주에서는 엘파바를 가장 많이 연기한 배우다. 호주 공연 초연 때부터 멤버로 참가한 그는 4살 때 무용 레슨을 받고 18세에 팝 밴드의 리드보컬을 맡기도 했다. 글린다 역의 수지 매더스는 2007년 호주의 유명한 WAAPA(Western Australia Academy of Performing Arts)를 졸업하고 뮤지컬 수업을 받았다. 이곳을 졸업한 지 얼마 후 ‘위키드’의 호주 공연 초연에 캐스팅됐고, 2009년 맘마미아 호주 10주년 공연의 소피 역을 맡기도 했다.

환상적인 동화의 세계 오즈를 표현하기 위해 수십억원이 투자됐다. ‘위키드’를 위해 의상만 무려 350여벌이 준비됐다. 전체 의상 비용은 300만달러(35억원)가 넘는다. 위키드의 의상을 담당한 수전 힐퍼티(Susan Hilferty)는 이 작품으로 뮤지컬계의 아카데미상인 토니상을 수상했다. 그동안 300여개가 넘는 작품에 참여한 그는 토니상, 드라마데스크상, 대통령상 등을 받기도 했다.

‘위키드’에서는 1, 2막을 통틀어 총 19개의 곡이 연주된다. 스티브 슈월츠가 작사, 작곡했고 위키드 오케스트라가 전 세계 공연장을 순회한다. 이번 위키드 오케스트라의 지휘는 데이비드 영이 맡았다.

지난 30일 위키드 프레스콜을 통해 ‘마법사와 나(Wizard and I)’라는 곡을 열창한 제마는 강한 보컬과 함께 힘이 넘치는 연기를 함께 보여줬다. ‘포퓰러(Popular)’라는 곡을 제마와 함께 공연한 수지는 제마와 달리 깜찍하고 발랄한 연기가 돋보였다. 에메랄드 시티의 화려한 무대가 돋보인 ‘짧은 날(One Short Day)’은 배우들의 군무와 신나는 노래가 강한 인상을 남겼다.

54개 장면으로 이뤄지는 무대 역시 동화 속 세계를 실감 나게 재현한다. 무대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무대 천장 한복판(프로시니엄)에 장식된 거대한 용이다. ‘타임 드래곤의 시계’라는 콘셉트로 제작된 무대는 글린다의 회상으로 시작하는 극의 이야기를 표현하기 위해 대형 톱니바퀴와 나사를 통해 시계라는 느낌이 나도록 구조물을 설치했다. 글린다가 타고 등장하는 알루미늄 버블머신은 무대 전체에 비누방울을 한없이 만들며 더욱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한다. 세트와 신기한 무대장치가 돋보이는 ‘위키드’는 무대에서 진행되는 흥미로운 극의 전개와 함께 무대 효과와 시각적 장치를 통해 관객들이 더욱 극에 몰입하도록 만든다.



9년째 브로드웨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위키드’는 브로드웨이 거쉰 극장에서 매주 170만달러(2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1월에는 브로드웨이 역사상 최고 222만8000달러(2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브로드웨이에서뿐만 아니라 지난 2006년에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올린 첫 무대는 역대 박스오피스 기록을 경신했고, 지난해 1월에 역대 주간 최고 판매기록인 100만파운드를 달성하기도 했다.

상복도 많다. 지난 2004년엔 토니상(Tony Award)에서 여우주연상, 무대디자인상, 의상디자인상을 받았고, 같은 해 드라마데스크상(Drama Desk Awards) 6개 부문, 외부비평가상(Outer Critics’ Circle Awards) 4개 부문을 수상했다. 2005년에는 그래미 베스트 뮤지컬 앨범상을 받았다.

‘위키드’가 한국에 들어오기까지는 수년이 걸렸다. ‘위키드’의 전 세계 공연을 총괄 관리하는 매니지먼트사인 321 시어트리컬 매니지먼트(321 Theatrical Management)는 그동안 국내 뮤지컬 시장에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했지만 얼마 전부터 아시아ㆍ태평양 지역 진출을 준비하던 차에 한국에 진출한 다른 해외 뮤지컬들의 사례를 보며 관심을 갖게 됐다. 국내에선 지난 2001년부터 ‘오페라의 유령’ ‘캣츠’ 등 해외 뮤지컬들이 대거 무대에 올려지면서 뮤지컬 시장이 크게 성장했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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