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무거운 ‘더킹’을 살린 하지원 이승기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지난 24일 종영한 MBC 수목극 ‘더킹 투하츠’는 미니시리즈 드라마로 담기에는 다소 무겁고 어려웠다. 복잡한 남북과 주변 국제관계를 드라마로 끌고가는 시도와 실험은 대단했지만, 가볍게 드라마를 보고싶은 사람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한 것이 사실이다.

남북 이해와 화합의 메시지를 담기위한 과정과 표현방식은 훌륭했고, 왕실을 위협하고 남북 갈등을 부채질하는 다국적 군산복합체 클럽 M의 김봉구(윤제문)와 원칙에 충실한 보수주의자지만 김봉구의 계략에 걸려든 비서실장 은규태(이순재)의 캐릭터도 홍 자매 작가가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했다.

하지만 이를 드러내는 방식은 블랙코미디에 판타지가 가미되면서 드라마가 중반이 지나도록 뭐가 뭔지 알기가 어려운 경우가 있었다. 드라마에서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면 북한은 우리(남한)를 공격할거다”와 같은 국제관계전략에 관한 대사를 계속 끌고가면서 마무리까지 해야 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국제장교회의 등으로 이를 풀어가는 에피소드는 좋았지만 구성의 짜임새는 더러 매끄럽지 못했다. 여기에 일단 시청자와의 소통력이 떨어진 이유가 있다.

이는 ‘옥탑방 왕세자'가 조선시대와 현대를 오가며(타임슬립), 박유천과 한지민이 1인 2역, 아니 1인 3역으로 그 복잡한 관계를 풀어가면서 중후반 구성이 다소 흐트러진 모습을 보였지만 깔끔하고 짜임새 있는 엔딩으로 시청자들을 완전 몰입시킨 점과 대비된다.

하지만 하지원(김항아)과 이승기(이재하)는 무겁고 복잡해 때로는 짜임새가 느슨해진 ‘더킹'을 살려냈다. 두 사람은 당차면서도 인간적이어서 사랑한다는 게 잘 어울리는 배우였다. 미국이 북한에 대한 공격을 감행하는 날 남의 국왕과 북의 특수부대 여장교가 ‘결혼'하는 게 한반도를 지켜낸 해법인 이 극과 잘 매치됐다.

하지원은 여배우로서 대사만이 아닌 몸을 사용한 연기가 된다는 점만으로로 특별하다. 북한 최정예부대를 가르치는 전설적 교관으로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암살 위기에 처했던 연인 이승기를 구해낸 하지원의 액션 연기는 충분히 멋있었다. 담력과 강단을 지닌 여자로 형을 잃고 힘들어하는 이재하를 감싸안는 모습은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게 했다. 그러면서도 북한말로 애교를 부리는 단계에 까지 가있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 정교하게 연기를 했는지 알 수 있다. 또 김항아는 사랑에는 어설퍼 순수하게 보였다. 하지원은 극중 대사처럼 남과 북을 다 쥐고 흔들 수 있는 ‘조커' 같은 연기를 보여주었다.

이승기는 초반에는 아무 생각 없는 재벌 2세처럼 개념이 빠진 철없는 왕자였다. 하지만 김봉구의 계략에 의해 왕인 형이 죽는 사건을 계기로 정신을 차리고 복잡한 정세를 열심히 챙기는 믿음직하고 멋진 왕으로 바뀌었다.

아버지와 다름없는 아저씨인 은규태 비서실장이 김봉구와 거래를 한 것인지, 잘못 걸려든 것인지조차 명확하게 파악되지 않았을 때 이재하는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외세가 아닌 내부세력에 의해 뜻을 펴지 못할 것이라는 위기의식을 느꼈다. 그래서 이승기는 WOC(세계장교대회) 출전으로 다시 한번 냉혹한 정치현실을 깨닫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승기는 아직 어린 나이임에도 이렇게 복합적이고 상황에 따라 적응하고 변해야 하는 재하 캐릭터를 매우 잘 소화했다.

‘더킹‘은 비현실적이고 가상의 설정이지만 현실을 질타하는 힘은 제법 강했다. 그 위력을 발휘하게 해준 건 이 두 배우의 역량에 힘입은 바 크다. 두 사람은 때로는 냉철함을, 때로는 따뜻함을 연기함으로써 무겁고 모호한 극을 좀 더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게 했고, 냉혹한 정치극이라는 메시지를 희석시키지도 않았다.

wp@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