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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칸, 불황을 모르는 레드카펫의 경제학
[칸=이형석 기자] 영화제 개막 9일째인 24일. 칸의 해안가 도로인 크로아제 거리에 오랜만에 프랑스 남부 휴양지다운 햇살의 세례가 쏟아졌다. 며칠간 잔뜩 찌푸리고 비바람이 불어 쌀쌀하기까지 했던 거리엔 폐막을 이틀 앞두고 막바지로 치닫는 영화제를 즐기려는 관광객들로 분주했다. 로버트 패틴슨, 잭 애프론 등 할리우드 스타들과 거장 감독들이 묵는 최고급 호텔인 마르티네즈 앞엔 먼발치서라도 최고의 배우들을 보기 위해 팬들이 늘어섰고, 바닷가를 따라 늘어선 고급 식당엔 모처럼 북적이는 손님들로 자리가 없었다. 

그리고 가까운 바다에 정박 중인 크고 작은 요트들이 세계 최고이자 가장 귀족적인 영화제가 열리는 칸의 ‘럭셔리한’ 풍경을 완성했다. 이 배들이야말로 영화계 안팎 귀족 중의 귀족들이 ‘그들만의 리그’를 벌이는 비즈니스의 현장이다. 칸의 호화요트는 세계 각국의 은행, 영화사, 개인투자가, 영화 관련기관들이 보통 일주일 단위로 빌리며 임대료가 1억5000만원부터 5억원까지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고 영화제 기간 중엔 대략 60척 정도가 크로아제와 가까운 바닷가에서 손님들을 맞는다. 영화제 기간 중 선주들이 요트 대여료로 얻는 수입이 어림잡아 180억원이 넘는다. 


유럽 각국은 그리스, 이탈리아 등에서 비롯된 재정난의 징후가 스크린에까지 드리웠고, 칸영화제는 사상 보기 드물게 불안한 일기로 개막 기간 중 절반이 넘는 동안 레드카펫이 비에 젖었지만 칸의 경제학은 불황을 몰랐다. 칸 국제영화제 사무국에 따르면 65회째를 맞은 올해 예산은 약 2000만유로(297억원)다. 이 중 절반은 프랑스 문화부 산하 국립영화센터(CNC)와 칸 시에서 부담하며 로레알파리, 쇼파드, 데상주, 르노자동차 등 15개 공식 파트너 기업이 나머지를 협찬한다. 한국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LG가 포함됐다. 결국 칸영화제는 매해 기업 협찬비용을 빼고 예산의 절반인 150억원이 못되는 돈으로 막대한 부가가치를 올리고 있는 셈이다.

일단 칸영화제의 가장 큰 자체 수입원은 세계 각국 영화사에 파는 전시 부스다. 본부인 팔레 드 페스티벌과 리비에라, 레링 등 3개 장소에 대여하는 칸 마켓 부스는 칸 마켓 기간 중 기본 9㎡가 4460~6300유로(663만~936만원)다. 칸 마켓의 부스 전체 면적이 최소 1만3000㎡이니 115억원이 넘는 수입이 칸영화제 사무국으로 들어오게 된다. 


영화제 공식 초청을 받은 영화인들과 취재진을 제외한 영화관계자들은 ‘패스’를 사야 행사와 시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데, 칸 마켓은 275유로, 프로듀서 워크숍 및 네트워크는 각 309유로다. 칸영화제 사무국이 올해는 총 1만649명의 ‘유료 참가자’들을 받았으니 1인당 평균 300유로만 잡아도 총 47억원이 넘는 입장권 판매수입을 올리게 됐다. 지난해 ‘프레스카드’를 발급받은 취재진은 역대 최고인 90개국 4645명에 달했으며 감독과 배우, 프로듀서를 비롯해 투자, 배급, 수입사 등 영화관계자 방문객은 2만6881명으로 역시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 불황 속에서도 명성을 더해가는 영화제의 위상을 확인한 것이다.

영화제 기간 중 칸을 다녀가는 세계 각국 영화인들과 관광객은 총 20만명 이상인 것으로 추산되며 이들은 체류 기간 내내 1인당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의 숙박ㆍ식비를 지출한다. 칸 시내에서 걸어서 20여분쯤 떨어진 고급주택가는 보통 열흘을 전후한 영화제 기간 중 2000만~3000만원을 내야 빌릴 수 있고 칸 영화제 본부 인근의 작은 아파트나 허름한 호텔 또한 객실당 1일 숙박비가 수십만원이다. 


뿐만 아니라 마르티네즈, 칼튼, J.W 메리어트 등 해안가에 늘어선 고급 호텔에선 개막일부터 폐막까지 매일 밤 하루에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씩이 드는 파티가 이어진다. 올해 이병헌의 모습이 크게 장식한 ‘지 아이 조2’의 포스터가 칼튼 호텔의 전면에 내걸린 것처럼 할리우드 영화사도 영화제 기간 중에 집중적인 프로모션을 벌인다. 프랑스가 칸영화제를 통해 얻는 부가가치는 수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칸은 영화제뿐 아니라 세계 TV 프로그램 견본시인 밉콤(MIPCOM)과 국제음반박람회(MIDEM)도 열리는 영상산업의 축제 도시다.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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