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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면이 화면이 아니네 … ‘센스쟁이’가 되어가는 디스플레이 기술들
[헤럴드경제 = 홍승완ㆍ김상수ㆍ정태일 기자]

큰 TV 화면 오른쪽 구석에 손바닥 만한 작은 화면을 달았다. 그리로 다른 채널을 살피게 했다. 그랬더니 TV가 날개 돛힌 듯 팔렸다. 화면 안에 작은 화면 하나가 더 자리를 튼 것 뿐이지만 사람들이 느끼는 감동은 그 이상이었다. 또 다른 세상(영상)을 볼 수 있는 창이 하나 더 생긴 것이기 때문이다. 1990년대 초반 소니가 전세계 대형 브라운관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하던 때 이야기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 화면(디스플레이)의 진화는 우리가 예상한 속도를 뛰어넘고 있다. 푸른 바다가 코 앞에 펼쳐진 것 처럼 자연색을 온전히 담아낼 뿐만 아니라, 무하마드 알리의 펀치를 눈앞에서 한 대 얻어맞는 듯한 입체감(3D)도 느끼게 해준다.

한 ‘얼굴(화면)’로 여러가지 ‘표정(영상)’을 보여 줄 뿐만 아니라, 이전에는 상상도 못할 곳에 화면이 들어 앉는다. 쓰다듬으면 반응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제는 우리의 표정도 읽는다.

인간을 향해 한걸음 더 걸어오고 있는 화면. 그 바탕엔 기술의 진보가 자리잡고 있다. 



▶그와 그녀가 보고 있는 것은 뭘까?



지난 10일 삼성전자가 공개한 55인치 OLED TV에는 눈에 띄는 기능이 하나 담겼다. ‘한 화면으로 두 채널을 동시에 풀 HD 화면으로 시청’할 수 있게 한 ‘스마트 듀얼뷰(Smart Dual View)’다. 이름만 들으면 화면을 수직 수평으로 절반씩 가르던 과거의 화면분할을 떠올리게 하지만 실제는 좀 다르다.

두가지 영상이 겹쳐진 ‘고장난 듯한’ 화면이 나오는데, 전용 안경을 끼고 살짝 터치하는 것 만으로 그중에 원하는 영상만 풀 HD화면으로 볼 수 있다. 신혼부부가 나란히 앉아 남편은 야구를 보면서 환호하고, 아내는 드라마를 보며 눈물을 훔치는 일이 벌어진다. 굳이 TV를 두대 살 필요가 없어진다.

기본 원리는 크게 복잡하지 않다. 1초당 60장(60Hz)으로 구성된 일반적인 TV 화면 대신, 2가지 종류의 영상을 1초당 120장(120Hz) 혹은 그 이상의 속도로 TV에 교차로 투사한다. 전용안경이 그중 특정 채널 신호만을 셔터로 걸러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스마트 듀얼뷰’를 실제로 구현하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없다. 1초에 120~240 화면 정도의 빠른 속도로 두가지 영상을 교차 재생하다보면 기존의 방식에서는 잔상이 남기 때문이다. 화소들이 빠른 시간에 다른 색으로 변신을 해야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HD급 LCD도 그냥 보기에는 화질이 훌륭하지만 듀얼뷰를 적용하면 잔상이 남는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OLED다. 화소를 제어하는 발광다이오드(OLED) 소자가 스스로 발광해 무한대의 명암비가 가능한데다가, 응답속도가 1000배 이상 빨라졌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삼성만이 선보인 기능이다. 이기술이 확대되면 이론적으로는 한 화면에서 동시에 여러명이 각기 다른 화면을 보는 일이 가능해진다.

OLED TV가 보편화되고 듀얼뷰 기술이 확산되면 이를 이용한 다양한 콘텐츠가 등장할 수 있다. 예컨데 한사람은 투수의 관점으로, 한 사람은 타자의 관점으로 야구경기를 관전하는 것이 가능해질 수 있다. 



▶이게 유리로 보이니? 비행기에서 자동차로



기아자동차의 야심작 K9에는 헤드업디스플레이(HUD) 기능이 장착됐다. 운전대 앞부분의 차창유리에 주행속도 등의 기본 정보가 표시되는 기능이다. 운전자가 전방을 주시하면서 속도 등의 기본 정보를 쉽게 확인하라는 차원에서다. K9 출시에 맞춰 국토해양부가 자동자 안전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마련했을 정도니, 우리나라에선 최초의 기술이다.

해외의 고가 명차들에 HUD가 채택된 경우는 그간에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단색 혹은 4색에 그쳤다. 반면 K9의 HDU는 6만5000가지 색의 컬러를 사용한다. 색상이 다양하니 각종 도로주행 경보를 그래픽으로 표시하고, 3D 형식의 입체화된 내비게이션 정보도 제공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HUD의 기원은 비행기다. 항공기 조종사에게 비행중에 필요한 정보를 주기 위하여 1970년대에 개발됐다. 유리기판에 빛을 쏘는 전사 방식으로 앞유리창에 주행 정보 등을 쏘아 이를 반사시키는 것이다. K9도 비슷한 원리다.

이 기술은 궁극적으로 ‘투명 디스플레이’로 이어진다. 투명한 유리판에서 스스로 빛을 내어 영상을 표현하는 것이다. SF영화에서처럼 TV를 살필요가 없이 창문이 TV역할을 하게하는 기술이다. 이미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에서 노트북용 투명 AMOLED를 만들어 지난 2011년 CES에서 선보인바 있다.

물론 제품화에는 시간이 좀 더 걸릴 전망이다. 여전히 투과율이 낮은 수준라 소자들이 만들어내는 빛과 색을 100% 온전하게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 제품에 적용할 수 있는 대형패널 제작등도 넘어야할 산이다. 



▶ 화면이 당신을 읽기 시작했다



최근 들어서는 화면이 ‘눈’을 갖기 시작했다. 내가 화면을 볼 뿐 아니라 화면이 나를 보면서 반응한다. 엄밀히 말하면 디스플레이와 연동된 카메라들이 사용자를 관찰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삼성이 이달초 영국에서 공개한 갤럭시S3에 탑재된 ‘스마트 스테이’ 기능. 사용자가 화면을 보고 있으면 계속 조명이 켜져있게 했다. 때문에 스마트폰으로 문서나 책을 읽을 때 매번 화면을 터치하지 않아도 된다. 설정된 조명 시간마다 스마트폰 전면의 카메라가 당신의 얼굴과 눈을 촬영해 이용상태를 확인하고 그에 걸맞게 반응하는 것이다. 

유사한 기능들은 카메라 제품들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소니의 디지털 이미징 제품에는 사람이 웃을 때 자동으로 인식에 초점을 맞추고 촬영해주는 ‘스마일 셔터’ 기능이 있다.

1만 명 이상의 얼굴과 웃는 모습을 데이터베이스화 해 카메라가 스스로 당신이 웃는지를 판단하게 한 것이다. 웃을 때 입꼬리가 올라가는 정도, 치아가 보이는 정도 등이 팁이다. 비슷한 방식으로 ‘소프트스킨’ 기능이 탑재되어 있다. 눈동자, 코, 입 등의 이목구비를 자동으로 판단해 눈, 눈썹, 입술, 머리카락과 같은 부분을 제외하고 피부 부분에 포토샵의 블러와 같은 효과를 주어 화사하게 밝은 피부 톤을 표현해 준다.

소니 핸디캠의 경우도 동영상 촬영 시 인물의 얼굴에 초점이 맞으면 인물이 움직이거나 화면에서 사라졌다 다시 돌아와도 계속해서 인물의 얼굴에 먼저 초점을 맞추는 기능도 있다.

sw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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