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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착한가격’ 열풍…990원에 끌리다
짜장면·커피·와이셔츠 세탁비…
불황에 1000원이하 상품 불티
10원 차이 불구 만족도 더 커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에 사는 회사원 임모(31) 씨는 자칭 990원 마니아다. 퇴근 길에 A커피전문점 지하철 매장에서 990원짜리 아메리카노 사는 것을 즐긴다. 장을 보는 곳은 990원 균일가 숍인 B마켓이다. 이곳에서 990원 채소 등 990원 상품만 여러 개 구매한다. 와이셔츠 세탁은 990원에 가능한 C세탁전문점이다. 점심도 일산 인근 D중국집에서 990원 짜장면으로 해결한다. 임 씨는 990원 상품을 구매하면 너무 싸게 산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경기부진이 장기화된 결과일까. 최근 990원짜리 상품이 부쩍 늘어났다. 지하철에선 990원 원두커피가 인기다. A커피전문점의 지하철 매장에선 아메리카노가 990원이다. 싼값에 고객이 몰리면서 매장 1곳당 아메리카노만 하루 평균 700잔 이상 팔리고 있다. 때문에 원두커피 지하철 매장은 순식간에 27곳으로 늘었다.

이 커피점 관계자는 “원두커피의 대중화를 위해 마진을 줄여서라도 990원에 판매하고 있다”면서 “최근 미국에서 99센트 숍 등 숫자 9를 활용한 마케팅이 많은 것을 보고 990원 아메리카노를 내놓게 됐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990원 아메리카노가 할머니ㆍ할아버지 등 고령층에서도 인기가 높다”고 귀띔했다.

채소, 육류 등 신선식품을 990원에 살 수 있는 B마켓도 최근 점포수가 30개로 늘어났다. 이곳에선 식품과 생활용품 등을 990원ㆍ1990원ㆍ2990원 등 세가지 가격으로 저렴하게 살 수 있다.

B마켓 관계자는 “대학생 등 1인가구 중심으로 990원 신선식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1000원에서 10원 차이지만 소비자들은 990원을 훨씬 저렴한 것으로 인식한다”면서 “고객들이 맨 앞 숫자 9에 집중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와이셔츠 세탁비가 990원인 곳도 있다. C세탁전문점은 와이셔츠 외에도 코트, 정장 등 세탁비가 일반 세탁소에 비해 평균 30% 정도 저렴하다. 현재 전국에 가맹점이 1796곳에 이를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믿기지 않겠지만 990원짜리 짜장면도 있다. 일산의 D중국음식점은 지난해 4월부터 짜장면 한 그릇을 990원에 팔고 있다. 입소문이 나면서 하루 700그릇 가량 팔린다.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하듯 대형마트도 일반 상품보다 용량을 줄여 판매하는 ‘990원 가공식품’을 잇달아 내놓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인간은 물리적인 것보다 심리적인 차이에 민감하다”면서 “1000원과 990원은 10원 차이지만 사람들이 느끼는 심리적 차이는 1000원 단위와 100원 단위로 매우 크다”고 말했다.

반면 990원에 반감을 드러내는 사람도 있다. 숫자 9를 ‘마케팅에 사용하는 숫자’로 인식하면서 거부감을 표출하는 경우다. 대학생 양승훈(22)씨는 “990원이 너무 상업적으로 보여 오히려 990원을 내세운 곳은 잘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곽 교수도 “인간의 심리적 비합리성을 활용해 숫자 9를 상업적으로 과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민상식 기자>
/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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