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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어서도 잊지못한 한국과의 인연
53년전 의료봉사 美 맷슨 선교사
연세대 원주병원에 20만弗 기부



53년 전 의료 선교사로 한국을 찾았던 미국인이 최근 세상을 떠나며 평생 모은 돈 20만달러(2억3300여만원)를 의료 봉사를 했던 강원도의 한 병원에 기부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21일 연세대 원주기독병원에 따르면 이 병원에서 8년 동안 의료 선교사로 활동했던 미국인 도널드 S. 맷슨(Donald S. Mattson·사진) 선교사는 지난해 12월 29일 작고하면서 유언을 남겼다. 53년 전 자신이 의료 봉사를 했던 한국의 병원에 20만달러를 기부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맷슨 선교사는 1958년 한국에 왔다. 한국전쟁이 끝난 지 6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한반도 곳곳에는 여전히 가난과 기근 등 전쟁의 상흔이 남아 있었다. 특히 서울이 아닌 지방에선 병원 한 곳 찾아보기 어려웠던 때. 작은 산골 마을이었던 강원도 원주도 예외는 아니었다.

캐나다 연합선교부와 미국 감리선교부 소속 선교사들은 1959년 11월 원주연합기독병원을 지었다. 병상이 50개에도 못 미치는 작은 규모였다. 맷슨 선교사는 이곳에서 의료활동을 시작했다. 내과 전문의로 의무과장을 담당했다. 미국 이름이 낯설었던 한국인 환자들은 그를 ‘마도선’이라 불렀다.

그의 의료봉사는 1967년까지 8년여간 이어졌다. 이후 미국으로 돌아간 맷슨 선교사는 한국에서의 생활을 잊지 못했다. 지난 2001년 그는 의료 선교사로 일하며 모아둔 5000달러를 기독병원에 전달했다. 직접 병원에 찾아올 수 없는 환자들을 위해 가정 방문치료 차량 마련에 써달라는 뜻이었다. 맷슨 선교사의 도움으로 마련된 ‘가정간호방문차량’은 지금도 연세대 원주기독병원에서 환자들을 위해 쓰이고 있다.

맷슨 선교사는 지난해 12월 숨을 거뒀다. “20만달러를 원주기독병원에 기부해 달라”는 그의 유언을 지키기 위해 유족들은 미국 감리선교부 및 한국의 여러 교회를 거친 끝에 그의 뜻을 병원 측에 전달할 수 있었다.

한 외국인 선교사의 50년간 지속된 한국 사랑은 병원 관계자뿐만 아니라 정갑영 연세대 총장 등 학교 관계자들에게도 전해졌다. 정 총장은 지난 11일 창립 127주년 기념 출입기자간담회에서 맷슨 선교사의 기부 소식을 전하며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고 말했다.

병원 관계자는 “50개 병상으로 시작한 작은 지방 병원이 1000개 병상 규모의 중부권 최대 대학병원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선교사들의 이러한 정성과 희생이 있었다”며 “맷슨 선교사의 기부금은 논의를 거쳐 좋은 일에 쓰이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수진 기자>
/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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