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이내 번호 다시 바꾸는 RNP 급증..올해 사상 최대 예상
-경기 상황 안 좋아 쓰던 폰 물려주는 현상
-새 LTE폰 대거 등장, 통신사 LTE 마케팅 가열도 원인
-선물 등 5월 계절적 특수도 한몫
[헤럴드경제=최상현 기자] 번호이동을 한 지 3개월 이내에 쓰던 번호를 다시 바꾸거나 명의를 변경한 후 다시 번호이동을 하는 ‘제한기간내 번호이동(RNP: Resticted Number Portability)’신청자들이 최근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1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지난 2009년 8만4000건이던 RNP 신청 건 수는 2010년 21만건으로 지난 해는 35만건으로 늘어났다. 올해는 지난 4월말 기준으로 벌써 14만8000여건에 이른다. 일반적으로 번호이동일, 신규가입일 및 명의변경으로부터 3개월 동안은 다른 통신사로 번호를 재이동하지 못한다. 잦은 번호 변경으로 인한 시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다. 그러나 최근 이 규정의 예외 적용을 원하는 이용자들의 문의가 크게 늘고 있다. KTOA는 올해는 공식 통계 집계를 시작한 지난 2008년 RNP 신청 건 수가 사상 최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동전화서비스 번호이동성 운영지침’에 따르면 이용자가 KTOA 번호이동관리센터로 팩스로 재이동을 요청하면 요금미납 등 특별한 사유가 없는 경우 가입일 기준 16일째부터는 번호를 바꾼 지 3개월 이내라도 다시 번호이동이 가능하다.
KTOA 관계자는 "최근 RNP 신청 건 수가 급증하고 있어 한시적으로 이메일로도 접수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불확실한 경기 상황 ▷신규 LTE 폰 출시 및 LTE 시장 과열 ▷계절적 특수 등으로 RNP 신청 건 수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번호이동관리센터에 접수되는 이용자들의 번호 변경 사유 중에서는 제한 기간내 명의변경을 한 후 번호를 다시 바꾸려는 내용이 가장 많다. 최근 어려운 경제 상황을 반영해 본인이 쓰던 폰을 가족 중 다른 사람에게 주고 본인은 다시 번호를 이동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신규 LTE 스마트폰들이 대거 시장에 출시되고 있는 것도 RNP 신청 건수 폭증과 관련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약정이 끝나가는 1세대 스마트폰(갤럭시S, 아이폰) 이용자들 중 번호를 바꾼 지 3개월이 안 된 이용자들 가운데 쓰던 단말기를 팔아 그 돈으로 위약금을 갚고 신규 LTE 폰을 구입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통신사들의 LTE 가입자 유치 경쟁 격화로 일선 판매점과 대리점에서 번호를 옮기는 이용자에게 많은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도 RNP 신청건 수 증가와 무관하지 않다. 보통 번호이동가입자 유치에 들어가는 보조금은 일반 보조금보다 5만~10만원 정도가 많아 소비자들은 번호를 이동하면 단말기를 더 싸게 살 수 있다.
통신 3사 간 4세대 LTE폰의 주파수 대역과 기술방식이 달라 단말간 유심 이동이 어려운 것도 RNP 신청 건수에 영향을 주고 있다. SK텔레콤의 LTE 단말기를 쓰던 이용자가 선물로 받은 KT의 LTE폰 공단말기를 쓰려면 번호를 바꿔야 한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경기 상황이 좋지 않은 데다 LTE 시장에서 사업자들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최상현 기자/puquap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