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현경기자]시각장애인, 인권변호사, 탈출 드라마의 주인공… 천광청(41)을 수식하는 말에 이제 ‘미국 유학생’이 더해진다. 가택연금에서 탈출해 미국 대사관으로 피신하면서 세계의 주목을 끌었던 중국 인권변호사 천광청이 천신만고 끝에 미국 땅을 밟았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천광청은 19일 가족과 함께 중국을 떠나 20일 미국 뉴저지주 뉴어크 공항에 도착했다. 흰색 티셔츠와 카키색 바지에 오른쪽 다리에 깁스를 한 상태로 목발을 짚은채 였다. 지난달 22일 고향인 산둥성 이난현 둥스구촌에서 탈출한지 꼭 28일이 걸렸다.
1971년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그는 안마사와 침구사로 일하면서 평온한 삶을 누렸으나 농민과 장애인의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껴 독학으로 변호사 시험을 공부하고 인권변호사가 되면서 극적으로 달라졌다. 2005년 산둥성 정부의 낙태 강요 사실을 폭로한후 체포돼 4년3개월의 징역을 선고 받았다. 2010년 10월 석방됐지만 바로 가택연금에 처해졌다. 목숨을 건 탈출을 감행한 그는 베이징 주재 미대사관에 신변 보호를 요청했고 중국과 미국의 팽팽한 신경전 속에 지난 19일 극적으로 ‘미국행 승인’이 떨어졌다.
그는 뉴욕 맨해튼 소재 뉴욕대(NYU) 법과대학에서 방문연구원 자격으로 법학을 공부할 예정이다. 거처는 맨해튼 워싱턴 스퀘어에 있는 교직원 및 대학원생 주거단지다. 천광청은 미국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 것에 안도하면서도 고향에 남은 친척들의 안전과 중국 인권에 대한 걱정으로 무거운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몸과 마음을 추스르려고 이곳에 왔다”며 미ㆍ중 양국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아울러 “중국이 약속을 성실히 지킬 것을 믿지만 본국에 남은 가족들이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천광청의 탈출 이후 그의 형 가족은 가택 연금 조치를 당했고 조카 천커구이는 ‘살인 미수’ 혐의로 조사받고 있다.
그의 미국행은 일견 다행으로 보이지만 본인이나 중국의 인권개선을 바라는 많은 운동가에게 ‘해피엔딩’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천이 미국에서도 인권 운동을 이어갈 경우 친족에 대한 박해가 심해질 수 있어 족쇄로 작용할 것이고 천안문(天安門) 사태 직후 미국에 망명한 팡리즈(方勵之) 등 적지 않은 민주화 인사와 인권 운동가들이 그랬던 것처럼 고국에 대한 영향력이 점점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중국의 열악한 인권상황을 적나라하게 알리는데 큰 역할을 한 천광청이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고 어떤 성과를 낼지 그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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