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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칸영화제, 명품브랜드의 총성없는 전쟁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지난 16일 프랑스의 남부휴양지 칸의 영화제 본부인 팔레 드 페스티벌의 메인 상영관 뤼미에르 극장 앞. 프랑스의 세계적인 디자이너인 장 폴 고티에와 독일의 여배우이자 패션 아이콘인 다이앤 크루거가 유수의 영화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레드카펫 위에 섰다. 

이날 개막한 제 65회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 자격으로서다. 다이앤 크루거의 민트빛 실크 시폰 드레스는 개막작인 ‘문라이즈 킹덤’ 버금가는 개막 최고의 화제였다. 디자이너 지암바티스타 발리의 오트 쿠튀르(고급 맞춤복)다. 

다이앤 크루거는 베르수스 드레스와 지미추의 구두, 카티마 샌들 등을 착용한 의상을 개막전부터 착용한 모습이 포착돼 ‘베스트 드레서’로 꼽혔다. 그녀와 함께 개막식 레드카펫에서 미모의 자웅을 겨뤘던 이들은 에밀리오 푸치의 드레스를 입은 에바 롱고리아와 아틀리에 베르사체의 프리다 핀토, 스텔라 매카트니의 의상을 차려입은 74세의 노장 배우 제인 폰다였다. 이들 3명은 프랑스의 화장품기업 로레알파리의 모델 자격으로 개막식 레드카펫을 밟았다. 

로레알파리는 15년째 칸영화제의 공식파트너기업으로 홍보 행사를 공식일정의 하나로 할당받는다. 개막 이튿날인 17일 경쟁부문 초청작 ‘러스트 앤 본’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프랑스의 세계적인 여배우 마리온 코틸라라의 크리스찬 디올 드레스 위에서 다이아몬드 장신구가 찬란한 빛을 발했다. 역시 칸영화제 공식파트너기업인 다이아몬드 브랜드 쇼파드의 제품이다. 


스크린보다 런어웨이, 영화감독보다 디자이너, 여배우 대신 패션모델, 그리고 ‘영화제’보다 ‘패션 위크’다. 제 65회 칸국제영화제의 레드 카펫 위에선 은막의 여왕들이 미모를 뽐내는 동안 백스테이지에선 이른바 명품 패션 브랜드의 거대한 비즈니스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최고의 영화제가 아니라 뉴욕, 밀라노, 파리에 이은 또 하나의 패션 대전, ‘칸 패션 위크’라고 할만하다.

올해는 특히 명품 패션브랜드와 유명 디자이너들이 최고의 명성과 귀족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는 칸영화제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마케팅과 프로모션의 총성없는 전쟁에 뛰어들었다. 올해는 특히 칸영화제 사상 처음으로 공식 ‘런어웨이’가 차려진다. 패션지인 보그 편집장 출신인 캐롤린 로이필드가 에이즈연구재단 후원을 위해 ‘올 블랙’을 테마로 한 갈라 패션쇼를 기획했다. 

알렉산더 왕, 발렌시아가, 로베르토 카발리, 샤넬, 크리스찬 디오르 등 20여 브랜드가 의상을 내놓아 24일 패션쇼 후 경매를 통한 후원기금마련에 쓰인다. 경쟁부문 심사위원인 장 폴 고티에와 함께 거물급 디자이너 또 한명도 칸을 찾는다.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오랜 지기인 할리우드 스타 숀 펜과 함께 아이티 구호를 위한 행사를 벌일 예정이다.

임상수 감독 영화 ‘돈의 맛’ 주연배우 자격으로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여배우 김효진은 “파리와 로마에서 드레스를 공수해주겠다는 해외 패션브랜드들이 줄을 섰다”고 말했다. 지난 2010년 ‘하녀’에 이어 ‘돈의 맛’과 홍상수 감독의 ‘다른 나라에서’ 등 2편으로 칸영화제 레드카펫을 다시 밟게 된 윤여정 역시 “두번째 초청이라 협찬하겠다는 패션 브랜드가 많다”고 말했다. 윤여정은 이번에 한국 디자이너 정구호와 미국 도나 캐런의 드레스를 입을 예정이다.

패션기업들로선 문화와 자선을 위한 후원과 협업이라는 명분과 함께 막대한 홍보효과를 누릴 수 있지만, 이렇듯 칸영화제가 패션브랜드의 광고 전쟁터가 되가는 것에 대한 곱지않은 시선도 있다. 지난 2009년 6월 프랑스의 고급 시사주간지인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로레알을 겨냥해 경영진의 극우적 성향과 칸영화제와의 협업, 언론과의 유착을 통한 ‘광고전’과 프로모션 전략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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