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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역 2조달러 시대 주인공…한국형 중견기업이 뛴다
바야흐로 중견기업 전성시대가 도래할까? 글로벌 무대로 나가 화려한 꽃을 피운 대기업들과 작은 고추가 맵다며 치고 올라오는 중소기업들. 그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를 면치 못하는 중견기업들이 국가적 차원의 큰 관심 속에 비상의 날개를 펼칠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정부는 지난 1일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로 지식경제부 내에 중견기업들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ㆍ육성 정책을 전담하는 ‘중견기업국’을 신설했다. 정부 부처에 정식 조직을 만들어 상시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우량한 중소기업들이 중견기업으로 발돋움하고, 다시 대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산업생태계에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다는 게 정부의 밑그림이다.

헤럴드경제도 중견기업의 육성이 시급하다고 보고 재창간 9주년을 맞아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는 중견기업을 발굴, 소개하는 ‘무역 2조달러 시대의 주인공, 한국형 중견기업이 뛴다’ 시리즈를 지식경제부와 공동 기획했다. 중견기업 육성이 이번에는 구호뿐인 정책이 되지 않도록 촉구하는 의미도 있다.

대한민국 법에 중견기업이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중소기업은 중소기업기본법상의 개념으로 제조업 기준 상시근로자 300인 미만, 자본금 80억원 이하 등 양적 기준이 명확히 만들어져 있다. 이 범위를 벗어나면 대기업으로 분류돼 각종 규제를 받기 때문에 될성부른 중소기업들도 중소기업에 머물기를 자청하고 있는 현실이다.

중견기업연합회에서 정의하는 중견기업은 종업원 수 300~999명에 매출액 400억~1조원 미만인 기업이다. 그러나 업종별 사업행태를 고려하지 않아 일괄적인 적용에는 문제점이 있다.

일반인들에게는 오히려 유럽의 경제학 지성인 헤르만 지몬(Hermann Simon)의 저서 ‘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 혹은 ‘강소기업(强小企業)’이라는 단어가 더 친근하게 다가온다.

한국에서 중견기업이라 할 수 있는 곳은 전체 제조기업의 0.2%에 불과하다는 게 통설이다. 이들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도약하는 경우가 극히 드문 이유 중 하나는 특정 대기업에 국한된 매출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해 매출액으로만 79조원을 기록한 독일의 자동차부품기업 보쉬(Bosch)는 처음 작업장 수준의 사무실에서 점화플러그를 생산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한국 같았으면 중소ㆍ중견기업 규모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던 업종에서 보쉬는 자사의 고객사인 메르세데스-벤츠나 BMW보다도 더 훨씬 큰 규모로 성장했다. 중견기업의 틀을 깨고 초대형 글로벌 기업이 된 모범 사례다.

중견기업이 대기업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기초경쟁력을 확보한다면 어떤 변화가 다가올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대한민국의 보쉬를 꿈꾸는 기업도 많다. 경남지역 기반의 무학소주를 모체로 한 MH에탄올은 주정(酒精)회사에서 신재생 바이오에탄올 기업으로의 변신을 선언하고 캄보디아 오지에서 성공 스토리를 써가고 있다. 인도차이나의 숨겨진 보석 라오스에서 자동차, 가전, 금융, 가구 등 유통시장 전 부문을 장악한 중견기업 코라오그룹도 눈여겨볼 대상이다.

윤봉수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은 “대한민국이 무역규모 2조달러, 국민소득 3만~4만달러 시대로 향하고 있다”며 “진정한 선진국 대열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더 많은 글로벌 중견기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정부는 세제와 금융 부문의 배려를 비롯해 우수인력 확보 등 전 부처 차원의 지원정책을 추진해 일부러 중견기업이 되기를 거부하는 산업계의 웃지 못할 촌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정식 기자/yj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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