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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들이 말하는 그들의 작품
‘모범생들’ 지이선 작가

관객들이 듣고자 하는
메시지 전달 보다는
있는 현상만 보여줬다


칠수와 만수’ 유연수 연출

30년전 폭발력 유지위해
현실에 맞게 작품 수정
희망적인 메시지도 전달

연극의 절반은 작가와 연출자를 통해 만들어진다. 나머지 절반은 배우들의 몫이다. ‘칠수와 만수’의 연출을 맡은 유연수 감독과 ‘모범생들’의 시나리오를 쓴 지이선 작가 역시 그들만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작품을 꾸몄다. 그들의 생각, 다른 이의 생각을 모두 작품 속에 녹아들게 만들기 위해 세상을 보는, 자신의 작품을 보는 시선도 매섭다.

▶‘모범생들’의 지이선 작가= 지 작가가 고등학교에 다니던 때 전교 1등이었던 반장과 그 반장과 사이가 안 좋던 뺀질뺀질한 친구가 있었다. 두 사람 사이에 다툼이 벌어진 순간, 마음속으로 반장보다 뺀질뺀질한 친구를 더 응원했다.


“여자 둘이 싸우는데 아무도 안 말리더라고요. 아마 친구들도 암묵적으론 반장이 이기지 않길 바랐을 거예요. 반장은 혼나지 않을 걸 알고 있었거든요.” 고등학교 3학년 수능시험을 치르고 난 후 친구들은 그에게 수능이 필요없는 학교에 갈 거면 언어 영역 시험을 못 보는 게 낫지 않았겠느냐는 얘기를 들으며 섭섭했다고 한다.

직접적인 모티브는 되지 않았지만 그의 개인적 경험과 지인의 경험담, 사례 등이 시나리오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됐다. 하지만 ‘모범생들’은 관객들이 듣고자 하는 메시지를 직접 전하진 않는다. 다만 극을 통해 현상을 보여주기만 할 뿐이다. 지 작가는 “예전에 비해 연극작품들이 보다 비유적으로 변했다”며 “직접 배우 입에서 관객들이 원하는 대사를 뱉고 표현하기보다는 그냥 보여주는 것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칠수와 만수’의 유연수 연출= 유 감독은 지난 1997년 ‘칠수와 만수’에서 배우로도 활약했고 2007년, 2008년에는 연출을 맡았다. 올해 4년 만에 다시 이 작품의 연출을 담당한 유 감독은 “15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한 얘기”라며 “중산층은 몰락하고 청년실업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현실을 예전보다 더 극적으로 만들고 과거의, 30년 전의 폭발력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작품을 더 수정했다. “요즘에 페인트통을 떨어뜨리고 자살한다고 해서 누가 관심을 갖겠어요? 그래서 장소도 광화문으로 바꾸고, 주인공 직업도 바꿨습니다.” 유 감독은 “극이 가진 아킬레스건이 있어 수정이 필요했지만 희망적인 결말도 상상 가능하다”며 “열심히 살다 보면 내일이 행복해질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도 있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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