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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악 폭로전으로 점화된 도박파문, ‘자성과 쇄신’ 구호뿐
{헤럴드경제= 이영란 기자} 점입가경이다. 한국 불교계가 연일 최악의 폭로전을 펼치고 있다. 볼썽 사나운 진흙탕 싸움으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승려 밤샘도박’을 고발한 성호스님은 15일 조계종 고위직 스님들의 ▷룸살롱 출입 ▷성매수및 은처(숨겨놓은 부인) 의혹 ▷해외 원정도박설 등을 추가로 제기했다. 이에 대해 조계종 총무원측은 성호스님의 ▷비구니 성폭행 미수 ▷외제차및 고급차 소유 ▷사찰 직원 폭력및 공금횡령 사건 등을 맞받아치고 나섰다. 고발자 역시 성추행및 공금횡령 의혹에 휘말린 파렴치한 인물로, 승적마저 제적됐다는 것이다.

성호스님은 MBC라디오와 채널A 등에 출연해 고위직 스님들의 룸살롱 출입과 성매수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현 총무원장인 자승스님과 명진스님이 과거(2001년) 강남구 신사동 소재 ‘풀코스 룸살롱’인 신밧드에 출입한 사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일반인들은 충격적이겠지만 종회의원이나 계파별 모임이 있으면 도박의 액수가 커진다. 필리핀, 라스베이거스에서 몇백억 잃은 스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명진스님(前 봉은사 주지)은 "(자승스님과 함께) 룸살롱에 간 사실이 있다. 그러나 나는 먼저 자리를 떠, 다른 스님이 어땠는지는 알 수가 없다"고 했다. 16일 페이스북에도 “질책은 달게 받겠다. 12년 전 일이고, 그 때 책임을 지고 종회 부의장직을 사퇴하고 용서를 빌었다”는 글을 남겼다. 이어 "강남 모 호텔에서 종단을 좌지우지하는 스님들이 모여 도박을 했다는 사실을 심부름 다녔던 이들로부터 전해들었다"고도 덧붙였다.

이처럼 미묘한 시기에 룸살롱 출입사실 등을 토로하자 명진스님이 이번 도박폭로 사건의 배후가 아니냐는 설도 제기되고 있다. 명진스님은 자승 총무원장과 ‘봉은사 종단 직영전환’과 관련해 대립해온 인물이어서 더욱 사건의 배후일 수 있다는 의혹에 휩싸여 있다. 게다가 승려들의 도박장면을 촬영했던 몰래카메라 또한 당초 도박장면을 찍기 위해 설치된 게 아니라, 백양사 주지 자리와 관련돼 원로스님들의 담화를 엿듣기 위해 설치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도박에 연루돼 조계사 부주지직에서 물러난 의연스님은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지만 몰카를 누가, 왜 설치했는지 검찰 수사 등을 통해 철저히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결국 이번 도박 영상및 추가폭로 파문 역시 전국 주요사찰의 주지 자리, 곧 불교계 돈과 권력을 놓고 생긴 갈등에서 초래된 것이란 추정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조계종은 총무부장 등 지도부 4명을 전격교체했다. 도박에 연루된 승려들의 정책모임인 ‘무차회’가 해체됐으며, 호법부를 통한 사건 수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쇄신안 발표에도 이번 사건은 잇따른 추가 폭로및 추문으로 파문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마침 서울 안국동의 조계종 총무원에는 ‘자기를 바로 봅시다’란 성철스님의 법어를 새겨넣은 커다란 현수막 속이 내걸려 있다. 나의 커다란 허물은 가린채, 상대의 허물만 손가락질하는 진흙탕 싸움에 불교도는 물론, 국민들은 크게 염증을 느끼고 있다. 세속을 떠나 자성과 쇄신이야말로 참으로 어려운 화두임을 절감하고 있는 것이다.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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