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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잔 심부름에 컴퓨터수리까지..잡무에 시달리는 대학원생들
-명문대도 예외없어

-잡일 처리하기 바쁜 ‘서울대’ 대학원생들 “우리도 연구에 매진하고 싶어요”



[헤럴드경제=황유진 기자]일본의 한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던 A(29)씨는 서울대 교환학생으로 왔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담당 교수가 논문과 관련해 일본어 번역을 부탁하면서 “번역을 해주면 땡스 투(Thanks to) 리스트에 이름을 올려주겠다”고 말한 것.

A씨는 “교수님이 논문을 쓰거나 필요한 자료를 준비할 때, 충분히 도울 수 있는 일이지만 학생에게 정작 중요한 것은 ‘땡스 투’에 이름을 올리는 게 아니다”면서 “오히려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주거나, 기여도에 따라 공동저자에 이름을 올려주는게 학생의 미래에는 더 도움이 되는게 아닌가”라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이어 그는 “교수님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일본에서는 교수님 연구를 돕게 되면 시간당 아르바이트 비용을 받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 학생의 시간을 ‘무료로 쓴다’는 개념이 없다”고 덧붙였다.

A씨가 말한 사례처럼, 각 종 교수님들의 ‘잡일’에 허덕이는 대학원생들의 고충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최근 서울대 대학신문이 학내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이메일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서도 이 같은 문제는 여실히 드러난다.

교수와의 관계에서 경험한 부당한 사례로 ‘무보수 연구지원(번역 및 잡무 등)’이 1위(26.5%)에 꼽혔다.

서울대 대학신문의 설문에 참여한 대학원생들은 ‘교수님의 이사나 컴퓨터 수리 등을 대학원생이 맡아 처리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대학원생이 여러 잡무를 맡는 일이 관행이 돼 버렸다’, ‘여러 가지 잡다한 업무를 처리하느라 수업을 따라가기는 커녕 연구를 전혀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학원생들의 삶의 질은 ‘교수의 인격’에 따라 좌우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최근 석사과정을 마친 유모(31)씨는 “내 공부가 일찍 끝나도 교수님이 언제 부르실지 몰라 늘 대기하고 있어야 하는 비효율이 있었다. 막상 부르셔서 가보면 우체국에 다녀오라고 시키는 경우도 있었다”며 “학업 이외의 부분에 신경쓰기 싫어 온라인 과정이 개설된 학교에서 석사를 마친 친구도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hyjgo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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