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영화제 초청작 ‘돈의 맛’ 프리뷰
“세금 한 푼 안 들이고 돈 60억원을 돌려 200조원을 통째로 갖는 거지. 한국에서는 다 이해해줘. ”기업을 물려받은 젊고 잘생긴 재벌 3세(온주완 분)가 말한다. 회장 아버지(백윤식)는 다양한 인종의 젊은 여성을 침대로 불러들여 ‘난교(亂交) 파티’를 벌인다. 스크린은 회장의 벗은 몸을 또아리를 틀 듯 감싼 전라 혹은 반라의 여인들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어머니(윤여정)와 딸(김효진)은 동시에 한 젊은 남자의 육체를 탐한다. 지하엔 100억원이나 될 법한 만원짜리 다발이 한 가득 채워져 있고, 그 위로는 최고가의 미술품과 최고급 가구들로 장식된 400평의 대저택이 웅장한 풍모를 자랑하는 이곳. ‘막장의 욕망’이 때로 파노라마처럼, 때로 ‘몰카’ 속 영상처럼 펼쳐지는 대한민국 최상류층 재벌가다.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임상수 감독의 영화 ‘돈의 맛’<사진>이 개봉을 이틀 앞둔 15일 서울의 한 극장에서 언론시사회를 통해 첫 공개됐다. 편법상속과 외화 밀반출, 정치ㆍ사법권과의 유착 등 재벌의 비리뿐 아니라 난교, 불륜, 연예인과의 밀회 등 사생활의 부도덕성이 거침없는 영상과 대사로 담겨져 논란과 화제를 예고했다. 임 감독은 막장의 욕망이 펼쳐지는 재벌가의 군상과 이들의 수발을 들며 야심을 키우는 한 집사 격의 청년(김강우)을 통해 ‘돈의 맛에 취했다가 결국 돈에 모욕당한 인생’의 페이소스와 아이러니를 그렸다. ‘현대판 궁전’인 재벌가의 대저택을 스크린에 구현한 빼어난 미술과 계급ㆍ신분ㆍ욕망을 구도화시킨 영상미는 임상수 감독의 작품 중에서도 최고 수준이다.
영화의 첫 장면 현금 창고에 들어서 비서에게 “돈의 맛 좀 보라”던 회장은 말미에 “돈에 중독돼서 끊기가 무서웠다, 원없이 펑펑 썼지, 근데 그게 그렇게 모욕적이더라”고 토로한다. 그리고 임 감독은 뻔뻔한 그들 가운데 젊은 두 남녀를 마지막 위안이자 희망의 근거로 남겨뒀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