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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축제는 연예인들의 축제?
학생중심 낭만·열정 사라지고
유명 걸그룹들 콘서트장 변질
초청료만 수천만원 예산 허비



연세대학교 축제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 11일. 축제의 백미인 응원제‘아카라카’를 지켜보기 위해 2만여명의 학생이 몰린 노천극장에 요즘 한창 주목받고 있는 가수들이 줄줄이 등장했다. 총 3부로 구성된 이날 공연에서 2부 무대는 태티서, 리쌍 등 7팀의 가수가 출연해 히트곡을 불렀다. 열광의 틈바구니에서 일부 학생은“이곳이 가수 콘서트장인지 축제장인지 헛갈린다”는 불평도 쏟아냈다. 후배 격려차 모교를 찾았다던 10년차 직장인 김모(43) 씨도 공연을 지켜본 뒤 콧바람을 내쉬며 한 마디 거든다.“나 역시 걸그룹 팬이지만 대학축제만큼은 달라야 하는 것 아니냐. 낭만과 열정의 대학축제 무대가 그립다”고 말했다.

5월의 대학교 캠퍼스는 축제‘대동제’로 분주하다. 그러나 3~4일간 열리는 대동제 동안 매일 유명 가수가 나올 정도로 지금의 대학축제는 연예인 중심이다. 학생들은 축제에 어떤 연예인이 오는지가 최대 관심사다. 연세ㆍ고려대학교 축제 기간에 열리는‘아카라카’와‘입실렌티’도 본래는 응원제지만 가수 중심 공연으로 변질됐다. 고려대 역시 오는 21~25일 축제기간에 유명가수 6개팀을 초청한다.

각 대학은 20~30분 남짓한 가수 출연료로 매년 수천만원의 대학예산을 허비해 왔다. 실제 올해 대학축제에서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는 3인조 여자그룹의 초청비용은 4000만~5000만원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최고 인기였던 여자 솔로가수는 4000만원가량이었다.

축제의 의미를 되새기자는 의도에서 연예인 섭외를 자제하고 학생 중심의 축제를 만들려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오는 22~25일 축제를 여는 경희대학교는 가수 초청규모를 지난해 5개팀에서 올해 2개팀으로 대폭 줄이고 학생 참여 프로그램을 늘리기로 했다.

이 대학 총학생회 관계자는“연예인을 초청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일부 학생의 항의로 가수 2개팀만 부르게 됐다”고 밝혔다.

16~18일 일정으로 축제를 여는 성균관대학교도 연예인 초청 비용을 줄였다. 이 대학 총학생회 관계자는“지난해 가수 5개팀을 초청했는데 이번엔 3개팀만 부른다”면서“연예인 섭외 예산을 줄여 학우가 즐길 수 있는 행사에 투자했다”고 말했다. 줄어든 연예인 섭외 예산은 유익한 강연을 여는 데 쓰인다. 입담 좋은 전 야구해설위원과 결혼정보회사 연애컨설턴트의 특강을 마련키로 했다.

주은우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축제는 학생들 사이의 유대를 다지고 재충전 시간을 갖는 것으로 학생이 중심이 돼야 한다”면서“일부 대학 총학생회가 연예인 초청 규모를 줄인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했다. 그는 또“연예인 초청비용 역시 학생들 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이라면서“대학축제 문화가 변하기 위해선 자기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민상식 기자>
/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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