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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축은 비리, 까고 보니 ‘돈빼돌리기 경연장’이네
미래ㆍ한주ㆍ솔로몬ㆍ한국 등 4개 저축은행 비리수사가 본격화 하면서 이들의 비리 행각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횡령ㆍ불법대출 액수에 검찰마저 적이 놀란 눈치다.

6일 이들 업체의 영업정지가 발표된 이래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본사와 지점, 관계사 등 내리 40여곳을 압수수색하고 관련자들을 불러들이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와 더불어 금융권과 관련업계 등 외곽에서 터져나오는 관련 의혹도 워낙 많아 검찰이 이를 쫓아기기도 버거워 보일 정도다.

▶‘돈 빼돌리기 달인’ 김찬경 회장=김찬경(56) 미래저축은행 회장은 회사가 퇴출될 위기에 처하자 재산을 싸들고 필리핀으로 밀항하려다 지난 3일 체포, 8일 상초저축은행법 위반으로 구속됐다. 밀항 시도 직전 수표와 현금 203억원을 인출했고, 한달 여 전에는 회사 명의로 모 증권사에 예치된 270억 상당의 대기업 주식 20만주를 사채업자에게 넘겨 190억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까지 드러난 김 회장의 횡령, 불법대출 의심 액수는 5000억원에 달한다. 수법도 혀를 차게 할 만큼 다양했다. 가족과 지인은 물론, 국내외 조직폭력단과의 거래도 서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체포 이튿날 유치장에서 자살을 시도했다는 소식도 동정심을 사지 못했다.

검찰은 김 회장이 영업정지 직전 국내 한 카지노 업자에게 제주 H호텔의 카지노를 시중가보다 50억원 이상 싼 110억원에 매각해 도피 및 재기 자금으로 쓰려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확인중이다.

검찰은 14일에는 김 회장과 함께 충남 아산의 리조트 운영업체 ㈜고월을 설립한 소동기(56) 변호사를 피내사자 신분으로 소환해 1500억원대의 불법대출을 받는 데 공모했는지를 조사했다. 검찰은 이 업체도 김 회장의 차명 재산일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김 회장이 차명으로 숨겨둔 전국 각지의 부동산 중 상당 부분도 회삿돈을 빼돌려 구입했을 것으로 의심되고 있다. 본인과 가족, 지인 명의로 보유한 부동산 규모는 2500억원대로 추산되고 있다.

▶통장, 감정서…‘가짜 퍼레이드’ 한주저축은=한주저축은행은 영화에서나 볼 법한 ‘가짜 통장’과 ‘가짜 감정평가서’를 만들어 금융당국과 고객을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회사 이모 이사는 영업정지 5일 전 은행 내부테스트용 단말기로 고객 350명에게 가짜 통장을 발급하고 166억원을 빼돌려 달아났다. 검찰은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이 이사의 검거에 나서는 한편, 앞서 100억원대 불법대출을 알선하고 수수료 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 9일 구속된 이 회사 여신팀장 이모 씨의 가담 사실도 확인했다.

검찰과 금융당국은 한주저축은행이 가짜 감정평가서로 부동산 담보 가치를 터무니 없이 부풀려 수백억원대 불법대출을 한 사실도 파악했다. 금융당국 측은 이 평가서를 발행한 감정평가법인에서 발급사실이 없다고 한 점에 비춰 위조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수원 소재 극장과 대형상가를 차명소유하고 이를 담보로 150억원 가량을 불법대출한 의혹을 받고 있는 김임순 한주저축은행 대표(53ㆍ여)는 법인등기부등본에 ‘가짜’ 주소를 기재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을 더하고 있다. 법인등본상 주소지는 서울 혜화동 모처이지만 실제로는 여기 거주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김 대표가 가짜 통장 발급에도 공모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수사중이다.

▶장기전 될 솔로몬ㆍ한국=검찰 수사의 후반전은 솔로몬ㆍ한국저축은행이다. 합수단 1팀이 솔로몬저축은행을 전담마크하는 데서도 보듯 여러 건의 대형비리가 이미 포착된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정관계 로비와 자금 횡령에 개입한 복잡한 중간경로까지 모두 밝혀내 사법처리 대상이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임석(50)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은 회삿돈 수천억원을 투자한 골든브릿지자산운용 선박펀드 등을 운영하며 10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을 받고 있다. 신규 선박을 발주할 때 받는 중개 수수료(발주가의 1%) 중 절반을 돌려받거나 이중계약서를 요구하는 등의 방법을 동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펀드는 2010년 4월부터 최근까지 12척의 선박을 건조했고, 총 가격은 6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임 회장은 이 같은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임 회장은 영업정지 전 임직원들에게 15억원을 특별격려금으로 풀고, 회삿돈으로 직원들의 대출금 37억원도 갚아주는 등 ‘입막음’성 내부 회유도 게을리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미래저축은행의 김 회장은 직원들로부터 성토를 당하고 있는 반면 임 회장은 아직 내부지지를 잃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현수(59) 한국저축은행 회장은 자회사와 특수관계사 등을 동원해 일본 말레이시아 캄보디아에 골프장 개발사업 특수목적법인(SPC) 3곳을 차명으로 설립해 400억원을 불법대출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를 해외 부동산 SPC를 통해 횡령한 전형적인 수법으로 보고 수사중이다.

앞서 지난 9일 검찰은 윤 회장이 2008년 4월 계열 저축은행에서 300억원을 불법대출 받은 혐의를 포착, 한국저축은행 지점 4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지난 2005년부터 3년간 필리핀 세부 모 리조트 건설사업에 2000억원을 불법대출해줬다 금감원으로부터 상호저축은행법 위반으로 제재받은 사실과 관련해서도 비자금 조성 여부를 다시 뜯어보고 있다. /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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