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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생 山그림에 매달렸던 작가가 남긴 빛나는 그림
<이영란 선임기자의 아트 & 아트 >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예나 지금이나 예술가들은 낭만을 쫓게 마련이다. 그러나 ‘한국이 나은 모더니스트’ 유영국(1916~2002)은 달랐다. 그는 마치 공장노동자처럼 일했다. 식사시간을 빼곤 오로지 화폭에 마주앉아, 고독한 시간을 보냈다. 함께 추상미술운동에 가담했던 세살 연상의 김환기, 노장적 풍모를 지녔던 중학동창 장욱진, 순진무구한 사랑을 노래하다 요절했던 이중섭과는 삶의 방식에서 큰 차이를 드러냈던 것이다. 때문에 그에겐 낭만적 신화나 기이한 인생스토리가 별로 전해지지 않는다. 오직 작품으로만 논의되길 원했던 것. 프로페셔날한 작가로써 평생을 치열하게 작업한 끝에 ‘한국추상미술의 기수’로 우뚝 선 유영국. 그의 10주기를 맞아 특별전이 열린다.

유영국미술문화재단과 갤러리현대는 유영국(1916-2002) 화백의 10주기를 기념해 오는 18일부터 6월 17일까지 한달간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갤러리현대(대표 조정열)는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유영국 10주기’전을 개최한다. 지난 2005년 이래 7년 만에 열리는 유영국 회고전은 갤러리현대가 박수근, 장욱진, 김환기에 이어 기획한 ‘한국현대미술 거장 재조명’의 네번째 전시다. 


유영국에겐 ‘한국 모더니즘 회화운동의 대부’라는 꼬리표가 늘 따라붙는다. 현실 권력에 영합하길 거부하고, 대학교수직 또한 ‘작업에 방해가 된다’며 벗어던졌던 그는 이 땅에 추상미술의 씨앗을 뿌린 첫 번째 화가였다. 

그리곤 60여 년에 거쳐 800여 점의 회화를 남기며, 한 차원 높은 세련된 추상미술을 전개했다. 유영국의 작업은 모두 여섯 단계로 분류되지만 전(全) 시기가 고른 수준을 보인다. 그만큼 자기관리에 철저했음을 알 수 있다.

전시에는 엄선된 대표작 67점이 나온다. 유영국재단과 미술관, 개인소장자로부터 대여해온 작품들은 강렬하고 모던한 색채, 절제된 구성과 날선 서정이 화백 특유의 절대 미감을 선사하는 것이 공통점이다.

숨막히는 봉건성과 식민지배, 전쟁으로 결박됐던 격동기를 관통하며 유영국은 추상과 자유정신으로 이를 극복했다. 1940~50년대 한 때 고기잡이와 양조업 등에 매달리며 생계를 이어갔으나 곧바로 프로작가로서의 근성, 흐트러짐 없는 성실한 태도로 마치 수도승처럼 작업에 정진했다. 


유영국은 자신이 나고 자란 울진의 뒷산을 평생 마음에 간직하고, 이를 밀도있게 형상화했다. 특히 아름다운 색채와 완벽에 가까운 구성, 군더더기 없는 표현은 동시대 작가 중 가장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오늘 그의 작품이 국내 작가의 작품 중에서 왜 최고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지 입증해주는 대목이다.

박명자 갤러리현대 회장은 "유영국 선생은 일찍부터 추상작업을 하며 시대를 앞서갔기에 대중으로부터 ‘그림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개인전도 49세, 우리 나이로 쉰이던 1964년에야 처음 가졌고, 이후 10년이 흐른 뒤 비로소 그림이 판매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금은 가장 많은 이들이 선호하고, 흠모하는 작가가 됐다"고 밝혔다.

새로운 세상을 꿈꿨던 유영국은 이념으로서의 자유를 회화뿐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도 똑같이 실천했다. 명예나 권력, 돈, 그 어떤 세속적 가치에도 종속되길 거부한채 ‘근대적 자유인’으로서 작업에 임했다. 


강렬한 원색과 보색의 대비, 색채의 화가였던 그는 서사를 극단으로 배제한채, 구축적이면서도 절제된 기하학적 추상에 몰두했다. 서양의 그 어떤 미술사조에도 흔들리지 않고, 60여년을 ‘유영국만의 독자적 세계’를 구현하는데 힘쓴 것이다.

이번 전시를 기념해 작가의 주요 작품 100여점을 집대성한 국영문혼용 화집이 마로니에북스(대표 이상만)에서 발간됐으며, 이인범 교수(상명대)의 특강 등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이 곁들여진다.

미술평론가인 이인범 교수는 "유영국의 삶과 예술에서 우리는 격랑의 시대 속 한 모더니스트 예술가의 올곧은 초상을 만나게 된다"고 평했다. 입장료 성인 5000원, 초중고생및 65세 이상 3000원. 02)519-0800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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