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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팽이사진가 임종진의 ‘천만개의 사람꽃’전
{헤럴드경제= 이영란 선임기자} ‘달팽이 사진가’로 불리는 사진가 임종진(44)이 지난 5월 12일부터 부산시 부산민주공원 잡은펼쳐보임방에서 사진전을 열고 있다. 오는 6월 3일까지 ’천만개의 사람꽃’이란 타이틀로 열리는 이번 사진전은 아시아평화인권연대, 달팽이사진골방이 주최하는 전시다. 


“어느 한 사람을 바라봅니다. 가만히 보고 있다가 이내 그 사람 속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타자가 된 나를 바라봅니다. 그 순간 나는 내가 아닌 그입니다. 그 기억을 가지고 본래의 내 안으로 다시 돌아옵니다. 이제 그 한 사람을 다시 바라봅니다. 처음과는 다르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와 나라는 이등분은 없어지고 경계와 구분도 무너집니다. 유일한 나는 사라지고 무한한 나가 생성됩니다. 이제 손가락에 힘이 들어갑니다. 그가, 아니 카메라의 사각 프레임 속 대상이 나를 받아주는 것입니다. 그리고는 하나하나의 기억들로 포개집니다...”


사진가 임종진이 자신과 사진과의 관계를 들려주는 말이다. 이 글에서처럼 이번 전시는 세상의 모든 ‘사람꽃’에 관한 작가의 진심어린 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임종진은 타자와 자신이 하나로 포개지며 형성된 기억들, 그리고 남겨진 형상과 울림을 렌즈에 오롯이 담았다.


월간 ’말’과 ’한겨레신문’ 등 언론사의 사진기자로 활동했던 임종진은 바쁜 취재활동과 더불어 ‘작아 보이는 삶’의 가치들을 찾아 여기저기를 부지런히 누볐다. 2003년 이라크전쟁 취재 이후 국경 너머의 삶에 관심을 갖게 된 그는 캄보디아, 인도, 네팔, 티베트, 인도네시아 등의 도시빈민촌과 시골마을에 머물며 그곳에 사람들의 삶을 사진으로 기록해왔다.


특히 2004년부터 매년 드나들던 캄보디아에 크게 마음을 쏟게 된 뒤 직장까지 그만 두고 캄보디아를 찾아 2년 가까이 NGO 자원활동가로 일하기도 했다. 


10년여에 걸친 이 여정은 ‘달팽이의 걸음’이라 부를 수 있다. 사람 안에 깊이 머물고 싶어 하고, 삶을 찬찬히 들여다보길 좋아하는 임종진은 깊고 차분한 시선으로, 대상과의 소통을 이루며 사진을 찍었다. 때문에 티베트 난민촌, 이라크 분쟁지역, 캄보디아 도시빈민촌과 수상마을, 탁아소, 쓰레기매립지, 고아원, 시각장애인학교, 장애청소년직업학교 등 그가 머무는 곳은 언제나 ‘달팽이 사진관’이 되곤 했다. 



임종진은 자신의 사진이 ‘작품’이기에 앞서, 사람들의 삶에 대해 들려주며 사람을 위해 쓰이는 사진이기를 원한다. ‘반티에이뿌리웁 학교’ ‘달팽이 사진관’ ‘작은 우주, 어린이’ 등 모두 3개 섹션로 나뉜 100여점의 출품작 역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의 삶에 관한 진솔한 기록이다. 작아 보이지만 결코 작지 않은 삶의 면면들에 임종진은 사연까지 채록해 함께 곁들였다. 


전시문의 051-790-7404(부산민주공원) 051-818-4749(아시아평화인권연대)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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