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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법증자 밝히는데 꼬박 두달... 포괄적 계좌추적권 법제화 시급”
[기로에 선 저축은행] 1.상시검사가 부실화 막는다
“파견된 감독관도 허수아비

불법행위 감시 근본적 한계”




장장 15개월에 걸친 고강도 저축은행 구조조정이 일단락됐다. 이 과정에서 자산 순위 상위 6대 저축은행이 모두 퇴출되는 등 부실 저축은행 20곳이 문을 닫았다. 대형 저축은행의 도미노 부실은 고무줄 BIS비율(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과 불법 대출에다 정책 실패와 부실 감독이 더해진 관ㆍ은(官ㆍ銀) 합작품이다. ‘제2의 저축은행 사태’를 방지하고 건전한 서민금융을 되살리기 위한 금융 당국의 자구 노력과 세 차례 구조조정으로 존폐의 갈림길에 놓인 저축은행업계의 미래를 3회에 걸쳐 진단해본다.

지역금융을 담당하는 저축은행의 부실이 산더미처럼 불어난 것은 지난 세 차례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드러난 것처럼 ‘나만의 왕국’에서 전횡을 일삼은 일부 대주주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와 함께 금융 당국의 총체적 부실 탓이다. 지금은 사라졌다고는 하나 그간 관행처럼 이어져 온 ‘관ㆍ은(官ㆍ銀) 유착’의 폐해도 뿌리 깊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막장 대주주들을 사전 견제하지 못한 감독 부실에 대한 여론의 질타가 매섭다. 

저축은행 사태가 수면 위로 부상하기 전까지 금융 당국은 주요 저축은행 검사에 1~2주 정도의 짧은 기간을 할애했다. 부실의 빙산 위를 겉핥기 하는 수준의 형식적 검사였던 셈이다. 그 사이 대주주들은 저축은행을 사금고로 만들어 온갖 전횡을 일삼았고, 결국 곪을 대로 곪은 뒤에 터져버린 저축은행 폭탄은 수많은 금융 피해자만 양산한 채 무더기 퇴출의 수순을 밟았다.

금융 당국은 뒤늦게 저축은행 대주주 적격성 심사의 강도를 높이고 기간을 앞당기는 한편, 올 하반기부터 ‘여신 상시 감시 시스템’을 시행키로 하는 등 ‘제2의 김찬경’ 사태 방지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지나치게 제한된 금융 당국 검사권한의 개선 없이는 실효성 있는 부실 방지가 어렵다는 현실적인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금융권 불법ㆍ비리 사태가 터질 때마다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감독 부실의 책임을 전가하고 싶지는 않다”면서도 “상시적인 검사와 실효성 있는 검사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이번 기회에 법ㆍ제도 정비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금융 당국은 금융회사의 불법행위를 입증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수단인 포괄적 계좌추적권이 없어 솔로몬저축은행과 미래저축은행의 편법 증자를 밝혀내는 데에만 꼬박 두 달을 허비해야 했다. B3용지에 그린 자금흐름도는 길이만 2m에 달했다.

금감원 검사국의 한 관계자는 “국세청은 이 같은 업무를 이틀 만에 끝낼 수 있다”면서 “ ‘포괄적 계좌추적권’이 있고, 없고의 차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금융회사 임직원에 대한 문답이나 서면에 의존하는 검사 방식도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임직원들의 진정성이 전제되지 않으면 검사의 실효성이 떨어지는데, 이는 마치 범죄 혐의자를 조사하면서 그들의 양심에 호소하는 격”이라고 덧붙였다.

부실 우려가 있는 금융회사에 파견되는 감독관의 역할도 현 제도하에서는 ‘허수아비’에 가깝다는 게 금융 당국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감독원과 금융회사의 협조(양해각서)로 운영되는 현행 파견감독관제도는 경영진의 불법행위를 감시하고 억제하는 데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면서 “제2의 김찬경을 막기 위해선 파견감독관이 실질적으로 불법행위를 방지할 수 있도록 권한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진성 기자>
/i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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