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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날선 비방·고성…그래도 차분했다고?
“차분하고 진지한 분위기에서 진행되고 있다.”

방석수 통합진보당 운영위원은 10일 오후 열린 전국운영위원회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실제 이날 회의에서 우려했던 당권파와 비당권파 간 ‘육탄전’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회의장에서 나오기가 무섭게 이빨을 드러낸 양측은 비방과 폭로로 격돌했다. ‘좋은 분위기’라는 양측의 자화자찬과는 달리, 통합진보당 게시판에는 이들을 규탄하는 비판 글들이 쇄도했다.

당권파의 ‘버티기’ 작전도 여전했다. 닷새 전 전국운영위에서 17시간 회의를 지연시킨 이정희 공동대표는 이번에도 비당권파 측이 현장발의한 ‘혁신비대위 구성안’ 통과를 막기 위해 꼼수를 부렸다. 비대위안을 맨 마지막으로 돌린 그는 “질문있으십니까. 질문 없습니까. 토론할 분 안 계십니까”라고 같은 질문을 수차례 반복, 의사진행을 최대한 늦췄다. 10분간 정회요청을 수락하고 30분 만에 의장석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당초 밤 10시까지 회의실을 대관한 이정희 대표는 9시52분에서야 혁신비대위 추천안건을 올렸다.

보다못한 유시민 대표는 “민주적이고 여유 있게 진행해주시는 점 감사드린다”고 꼬집고는 “더 속도감 있는 진행을 부탁드린다”고 재촉했다. ‘감사’와 ‘민주’, ‘여유’ 등의 단어를 늘어놨지만, 당권을 지키려는 당권파와 빼앗으려는 비당권파의 시각차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회의장 밖에선 몸싸움과 고성이 오갔다. 당권파 20여명은 “전면 재조사 실시”를 외쳤고, 당원 참관을 막자 “왜 참관을 못하게 하나”며 소리를 지르고 몸싸움을 벌였다.

회의장에 나란히 앉은 이정희ㆍ조준호 대표는 치열한 장외 여론전에 몰두했다. 이 대표는 회의 직전 기자회견을 열고 조 대표를 규탄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뜻을 분명히 했다.

지난 5일 운영위를 파행으로 마친 양측은 카메라 앞에서 짐짓 근엄했다. 장내에선 고성 대신 귓속말이 오갔고, 날선 공방에도 목소리를 낮췄다. 그러나 ‘투표함을 열어도 부정은 아니다’는 당권파의 궤변과 ‘밀어붙이기’를 시도하는 비당권파의 고집에는 변함이 없었다. 양측이 핵심쟁점인 혁신비대위 구성을 12일 전국위원회로 미루면서, 본격적인 전쟁이 겨우 이틀 늦춰졌을 뿐이다. 여론악화를 의식한다면 양측 의견 차를 좁히는 게 우선이다. ‘좋은 분위기’는 그때 말해도 늦지 않다.

/wor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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